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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원 Mar 16. 2024

봄이 설렌다면, 이별이 끝난 것일까요

이래도 되는건지 모르겠지만, 설렙니다.

혼자하는 생활에는 익숙해졌습니다. 원래부터 그러던 것들이라 별다를게 없었습니다. 그냥 오랜 기억을 더듬어 예전처럼 그렇게 지내면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다만, 온갖 종류의 슬픈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의 감정에 젖은 자신에게 수없이 빠지기를 반복하던 중에 뜬금없는 설렘은 좀 생뚱맞습니다.


이게 봄인가보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새로운 무언가를 말할 때는 주로 봄이라 하는데, 왜 1월은 한겨울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역법을 만들 때 봄이 1월이 되도록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나는 역법이 만들어진 역사를 묻는게 아닙니다. 겨울이 1월을 차지한 의미를 찾고 싶은 것입니다. 1년 넘는, 오랜 겨울을 견뎌 보낸 나의 대한 위로로써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겨울을 이렇게 정리해 보려 합니다.


겨울은 공백을 만드는 시간입니다. 지난 계절들이 한 수고를 모두 지워내고, 다시 빈공간을 열어둡니다. 봄은 그저 그 빈 자리에 들 뿐입니다.

비워놓지 못했다면, 새롭게 들 수 없었을테니, 비우는 일은 시작이라 불리기에 충분합니다.


나는 상실이 시작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비워내지 않고는 담을 수 없습니다.

내 주장만 해서는 더 좋은 결론으로 나아갈 수 없고,

지난 감정에 젖어 있어서는 새로운 즐거움에 벅차게 다가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설렘을, 비워진 마음에 새로이 깃든 봄으로 여겨도 되지 않을까요?  


이미 겨울은 지나보낸 것이라, 여겨도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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