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자존심 아래 깔아둔 외로움이 아래로 흘러내릴 때쯤 되어서나이윽고 대화의 문을 열테지만,조심히 조금의 관심을 기울여 누군가의사정을 들어보려는 마음에도겨우 단어와 문장만, 그마저도 들은 이야기를 반복하는정도. 대화의 문을 열고 마음에 들어 앉아 소신있는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않다.
우리는 보통, 과정보다는 결과를 말하고 그마저도 함축된 언어로 표현한다. 그래서 자세히 되뇌여야그 누군가의 어떤, 한마디에 담긴 꽤 많은 의미에 발을 들여놓아볼 수 있다.
“눕고 싶어.”
하는 이 작고 소중한 게으름도그렇다. 쉬고 싶다는 생각에는 그간의 숱한 노력이 무게하고 있다. 지쳐버린 마음까지.'그럼, 누워도 돼.'라고 해도 나쁘지 않지만, ‘그래 고생 많았지.’하고 속 마음의 문을 작게 두드려보는 세심한 시도는 수개월, 수년동안 그에게 필요했던 어떤 위로가 될 수 있다.그제야 상대는자신의 순간들을 펼쳐보여도 될거란 안도감을 얻고 짧은 몇마디를 시작으로 자신의 세상을 소개하게 된다.
여지껏의 삶을 정리한 몇 마디로, 하나의 세상을 소개받는다.
그러니 외롭다면, 귀를 기울여줘.누군가의 소신은외로움을 견디는 조그마한 인사이트를 가져다 주니깐.
그래서길을 잘못들었다는 감각에잠긴중에당신을 만난다면,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이곳에 있나요?"
당신도 혹시 나처럼 길을 잘못든 이 일 수 있겠지만, 어쩌면그 고민은잊고,동행을 만난 반가움에 조금 무례하게 신나, 그 사정을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시간,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그 행로에 남은 길이 외롭지 않도록, ‘고생했네요. 또 봐요.’하고서로 인사하며 한참을 애뜻하게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후에는 나도 새로운 걸음을 놓으며다시금 다른 기대로 나아가겠습니다.
소신을 담아 내게 건낸 한마디에 그저 고마워하며 그렇게, 외롭고 조용하게, 차분하지만 힘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