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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차원 Apr 04. 2024

처음인사

아무래도 말을 더듬은 것 같다

회사는 800명 정도, 계열사 중에서는 작은 편이었다. 덕분인지 그룹사 특유의 군대문화는 덜하다 했지만, 출신 대학으로 서로를 보는 시각은 어쩔수 없었다.


"○○씨, □□대 나왔다면서요?"


질문의 모양을 한 이 가벼운 비아냥을 입사 후 어찌나 지리하게 들었던지, 나중에는 건배사로 '□□대 출신이 한 잔 제의하겠다.'하며, 스스로 내려앉았다.


그들에게는 그저 지방대, 800명 중 20명 정도 있는.  출신으로는 가장 높이 올라간 사람이 전무이사 소속의 한 부서장 정도였다는 것 내게도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듯 했다.

나는 정식 업무를 받기도 전에 벌써 회사의 누구에게도 스스로를 '나'라 소개하기 충분하지 않은 이가 되어 있었다. 그 사정을 모르는 외부인에게나 '어떤 기업 다녀요.'하면 괜찮네 하는 소리를 듣는 정도.

그래서 아마 이런 생각을 했던것 같다.


'인생 참 지루하게 풀린다.'


그래서 어쩌면, 무리한 사건을 기다리는 마음이 의식도 못하는새 마음 구석에 자리했었나보다.

그게 제멋대로 작동해 감당하지 못할 일이 될지는 몰랐다.


대학생 인턴들이 왔다. 인턴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방학 중에 직업 현장 체험을 온 것이라 했다. 놀랍게도 컴퓨터공학과. 증권사인데 말이다.

듣자하니 분석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부서쪽으로 간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소문이 들려왔다.


'□□대에서 공대여신이 왔다.'


철없다 싶었다. 회사는 3/4이 남자였던 까닭일까, 자주 그 공대생 이야기가 오갔다. 나더러 '같은 □□대학인데 몰라요?'고 묻던 입사동기도 있었다. 대학 신입생에게 찝적대는 복학생 마냥.

모두가 경험으로 납득할 수 있을만큼 그런 복학생이 많았던 지도 모르겠다. 쨋건 회사에 상당히 모아놓은  틀림없다.

나는 이런 경쟁에서 도태되는 능력으로는 특기라 할만하므로, 관심을 가지지 않기로 한다.


"같은 편이라 다행이다."


부서장에게 극찬을 들었다. 우리 부서의 성과물에 딴지를 거는 타 사의 누구와 전화로 싸우는 걸 들은 후였다. 회사에는 사원, 대리같은 직급체계가 없었다. 덕분에 평사원 연차인 걸 드러내지 않을 수 있었다. 역시 성게같은 조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그 덕을 봤다.


점심도 건너뛰고 자리에 앉아 왜 그랬지 하는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 별안간 못보던 사람이 '안녕하세요?'하고 먼저 인사 해왔다.

'나한테 먼저 인사할 기수가 없는데...'

하고 고개를 드니, 그런 시커먼 유리건물 속 10년도 더 지난 인테리어의 사무실, 그 곳에 있는 몇 잔의  신맛나는 아메리카노 마저 적극적으로 사랑하게 할만한 모습의 이가 있었다.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아, 이 사람이구나. 우리학교 공대생.'


잠시 그 인사의 상대가 나인지 확인해야 했. 나는 아마 처음 대답에 말을 더듬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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