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별소녀 Mar 01. 2021

코팅 팬, 이젠 진짜 헤어져야겠어!

스텐 팬 사용하기 도전!

 결혼을 하고 살림을 하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장만했던 부엌살림이 바로 코팅 프라이팬이다.

그릇은 결혼 전에 선물 받은 것도 있고 친정엄마께서 안 쓰시는 새 코렐 그릇을 몇 세트 주셨기 때문에 사지 않아도 되었지만 부엌에서 계란 프라이라도 해 먹으려면 코팅 프라이팬은 필수였다.


나름 좋은 걸 산다고 테팔 프라이팬을 샀었다.

가격이 조금 나갔지만 빨간 동그라미 표시예열이 되었다고 알려주기도 하고 음식을 해도 전혀 눌어붙지 않았기에 계란 프라이를 비롯해 부침개, 볶음밥, 반찬까지 코팅 프라이팬 하나만 있으면 어떤 음식이든 척척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몇 개월 정도 사용하자 숟가락으로 전혀 긁지 않았는데도 프라이팬의 코팅이 벗겨졌다. 아무리 내가 살림 초보라도 코팅 프라이팬의 코팅이 벗겨지면 프라이팬에서 안 좋은 성분이 나와서 교체해야 한다고 들어서 결국 새 프라이팬을 또 구입을 해야 했다.

지금이 결혼 8년 차인데 아마도 코팅 프라이팬을 적어도 일 년에 하나씩은 구입을 했던 것 같다.


 큰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 이유식 책에 스텐 편수냄비가 꼭 있어야 한다고 쓰여있길래 스텐 편수냄비를 사서 이유식을 만들어 주었다. 이유식을 만들다가 자칫 한 눈이라도 팔면 냄비 아래에 이유식이 종종 눌어붙어서 긁어내느라 애를 먹곤 했었다.


결혼한 지 3년 차가 되었을 무렵 전기레인지로 바꾸면서 큰 스텐 냄비와 스텐 프라이팬을 사은품으로 받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스텐 프라이팬에 바로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톡 깨뜨리자 계란 프라이가 다 팬에 눌어붙어서 그날은 스텐 팬과 사이좋게 계란 프라이를 나눠먹게 되었다. 계란 프라이가 거의 눌어붙어서 내가 겨우 20% 정도만 먹은 것 같다. 그래서 그 날 이후로 스텐 프라이팬을 우리 집의 부엌 찬장에 가둬버렸다.


스텐 냄비에는 보리차를 끓이거나 국을 끓여 먹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스텐 프라이팬은 바쁜 아침에 요리라도 하려면 예열을 해야 했고 음식물이 눌어붙었을 때는 벅벅 긁어내느라 팔이 너무 아팠기에 그 후로는 꺼내서 사용할 일이 없었고 내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갔다.

나는 그 후로 계속 코팅 프라이팬에 각종 요리를 해서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어느 날 코팅 프라이팬의 위험성에 관한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코팅 프라이팬은 불소수지로 코팅된 제품으로 코팅제에 PFOA (과불화 화합물)라는 성분의 코팅제가 사용되었다는 것이었다.

과불화 화합물 성분은 예전에 대구의 수돗물에서 검출이 되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던 바로 그 성분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국내 산모의 모유에 포함된 과불화 화합물의 농도가 프랑스 여성에 비해 적게는 9배. 많게는 30배 이상이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과불화 화합물은 지용성 화학물질에 속해 여성의 경우 지방이 많은 조직인 가슴에 주로 몰린다고 한다.


나도 우리 큰 아이와 둘째 아이 둘 다 돌이 지나서까지 완전 모유만 먹였었는데... 모유가 아이의 성장 발달에 좋을 줄 알고 먹였었는데... 내 모유 속에도 과불화 화합물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끔찍했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영유아는 성인보다 과불화 화합물에 더 취약해서 뇌의 발달 시기에 영향을 받으면 주의력 결핍장애와 과잉행동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특히나 고온에서 유해물질이 발생되는데 음식뿐 아니라 호흡기로도 이 물질이 들어가서 음식을 먹는 사람은 물론 조리하는 사람 모두에게 유해하다고 한다. 이러한 유해성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2015년도부터 이 물질이 포함된 제품의 유통이 전면 금지되었으나 한국은 그동안 규제가 전혀 없다가 작년 8월에 앞으로는 PFOA가 사용된 제품이 금지된다는 뉴스 기사가 나왔다.

그래서 만약 코팅 프라이팬을 사용해야 한다면 PFOA가 없는 제품을 구입하거나 세라믹 코팅 팬이나 스테인리스 팬이나 무쇠 팬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한다.

출처: 더 맑은 클리닉 블로그
우리 집의 스텐 팬과 냄비들

그래서 당장 잠자고 있던 스텐 프라이팬을 다시 꺼내 들었다. 무겁고 예열도 힘들어 꺼려지던 스텐 팬이 다시 보였다.

먼저 스텐 팬에 관한 도움을 받고자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더니 "스텐 팬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스. 사. 모."가 있어서 가입을 했다. 몸에 좋자고 스텐 팬을 꺼내 들었는데 스텐 팬은 연마제 제거가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스텐 팬에 연마제가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주방세제로 한 번 휙 닦고 사용을 했었는데 스텐 팬을 사용하기 전에 연마제 제거가 매우 중요하다고 해서 연마제 제거부터 다시 시작하였다.


<스텐 팬 연마제 제거하는 법> 

처음 구입한 스테인리스 제품들은 연마제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1. 오일을 키친타월에 묻혀 검은 가루가 묻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깨끗하게 닦아준다.

2. 주방세제와 베이킹 소다를 섞어 설거지를 한 후 식초물을 넣고 팔팔 끓여준다.

연마제를 제거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스텐 팬에 계란 프라이하기 (최고 난이도)
스텐 팬과 압력밥솥으로 요리하기

<스텐 팬 예열하기>

스텐 팬은 코팅 팬과 달리 예열 과정이 필수이다.  여러 예열 방법을 시도해 보면서 본인의 스텐 팬과 전기레인지, 가스레인지에 맞는 예열법을 찾아 나가는 게 제일 좋다.

나 같은 경우는 강불로 시작해서 중불로 낮춰 5분 정도 스텐 팬에 전혀 기름을 두르지 않고 예열을 한다. 5분이 지나면 불을 끄고 1분 정도 팬을 식힌다. 그런 후에 물을 살짝 넣어봐서 물방울이 머큐리 볼이라고 동글동글 굴러 다니거나 기름을 둘렀을 때 스텐 팬에 M자 형태의 물결무늬가 생기면 예열이 잘 되었다는 표시이다. 그때 음식 재료를 올려놓고 기다린 후에 음식이 스텐 팬에서 춤추듯이 미끄러지면 뒤집으면 된다.


 아직도 스텐 팬에서 만들기 제일 어려운 음식은 단연 계란 프라이이다. 계란 프라이를 멋지게 성공하면 거의 모든 요리를 다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

스텐 팬에 부침개를 해 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부침개를 맛볼 수 있다. 그동안 코팅 프라이팬에서 해 먹었던 부침개의 맛과는 비교불가이다.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더 말씀드리면 음식 재료가 차가우면 스텐 팬에 눌어붙기가 쉬우니 만약에 스텐 팬에 계란 프라이나 두부 부침을 하려면 재료를 미리 냉장고에서 꺼내놓아서 하는 게 더 좋다.


스텐 팬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PFOA에 관한 <다크 워터스>라는 영화를 알게 되었다.

미국의 한 마을에서 시작된 의문의 질병과 동물들의 떼죽음에 대형 로펌의 변호사인 롭 빌럿이 원인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피자나 패스트푸드 포장지. 코팅 프라이팬. 등산복. 종이컵. 우비. 유아매트 등에서 PFOA가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코팅 프라이팬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환경이 우리의 건강과 너무나 직결되어 있었고 그동안 이렇게까지 위험한 줄도 모르고 내가 코팅 팬에 음식을 해서 우리 가족이 먹었다는데 좀 화가 났다.

우리나라도 2006년도에 탯줄에 PFOA가 검출되었다는 뉴스가 나왔었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위험한 물질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건지 왜 미국과 유럽들은 2015년도에 금지한 물질을 우리는 왜 지금도 각 가정에서 쓰고 있는지 그 이유가 알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월 1일은 동네 쓰줍하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