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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Feb 28. 2021

매월 1일은 동네 쓰줍하는 날!

쓰줍으로 동네와 내 마음 모두 깨끗이!

오늘은 일요일!

매주 일요일은 분리배출을 하는 날이다.

제로 웨이스트의 영향으로  요즘 소비를 줄이고 가급적 집밥을 해 먹었더니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아이들이 오래간만에 낮잠을 자고 있어서 나 혼자 신~나게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동네 산책이라도 다녀오려고 집을 나섰다.


재활용 쓰레기가 많지 않아서 금방 분리배출을  끝내고 산책을 하러 출발했다.

산책코스는 우리 집에서 출발하여 중랑천까지 걷기.

성인 걸음으로 왕복했을 때 빠르면 40분. 아무리 느긋하게 걸어도 왕복 한 시간 거리라 아이들이 잘 때 후딱 다녀오려고 했다.


혼자서 여유 있게 걷다 보니 어느새 중랑천으로 향하는 길이 나왔다. 걷다가 우연히 학인지 두루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하얀 새 한 마리를 만났다. 이름도 모르고 어떤 새인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큰 새를 만나니 반가웠다.

흰 새는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모른 채 긴 다리로 물속에서 성큼성큼 걷고 있었다.

하천에서 만난 새하얀 새

빠른 걸음으로 20분 정도 걷자  어느새 중랑천에 도착했다.

중랑천에 서서 흐르는 강물을 조금 보다가 집으로 향하려고 돌아서는 순간!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 절대 만나고 싶지 않았던... 바로 담뱃갑이었다.

순간 고민이 되었다.

여기 오기 전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왔기에  손에는 큰 봉지가 하나 들려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쓰레기를 주울 집게도 위생장갑도 안 챙겨 왔기에 망설여졌다.

'나는 오늘 쓰레기를 줍는 게 아니라 산책을 하러 왔는데...

왜 또 담뱃갑이 보이는 거야...'제로 웨이스트를 접한 이후로 한 가지 불편한 점을 꼽자면 늘 길거리의 쓰레기들이 나한테 데려가 달라고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아까 보았던 하얀 새가 갑자기 오버랩되면서

'이 담뱃갑을 지나쳐? 말아?'

마치 수능에서 정답이 3번일까? 4번일까? 고민이 되었던 것처럼 나는 집으로 가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맨 손으로 쓰레기를 주울 거라곤 상상도 못 해봤기 때문이다.


결국 손이야 이따 화장실 가서 닦으면 되지. 하는 생각에 버려진 담뱃갑을 얼른 주워 들어 가져 간 봉지에 담았다.

어쩌다 보니 오늘 쓰레기 줍기가 이미 시작되었다.

그래서 오는 길에 내가 주울 수 있는 쓰레기는 다 주워보자고 생각이 들었다.


물속에 있는 담뱃갑이나 스티로폼 접시, 비닐봉지, 마스크 봉지, 과일 포장 스티로폼, 소주병, 스티로폼 박스 등은 울타리가 쳐있는 저 아래 개천에 있었기에 내가 주울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것부터 줍기 시작했다.

중랑천으로 가는 길에 만난 쓰레기들

다행히 보름달 빵 봉지와 비닐장갑, 캔  커피, 종이컵, 초코파이 봉지, 갈비탕 봉지, 과자 플라스틱 트레이, 마트 전단지, 노끈 등은 내가 주울 수 있었다.


쓰레기를 줍고 오는 길에 오붓하게 놀고 있는 오리 두 마리를 만났다. 오리에게 난 속으로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오리야, 내가 오는 길에 쓰레기를 깨끗이 치웠으니 넌 재미있게 놀아.'라고...

하천에서 만난 오리 두 마리

집으로 오다가 쓰레기통 주변에 모여있는 쓰레기를 보니 이 많은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는 건지 다시 한번 걱정이  되었고 테이크아웃 커피 컵들을  보니 어느새 따뜻한 봄이 벌써 찾아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 커피 컵들은 다 재질이 달라서 재활용이 전혀 안된다고 해서 더욱 걱정이 되었다. 나부터라도 앞으로 외출을 할 때 텀블러를 꼭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집을 나설 때 물을 챙겨 왔는데 쓰레기를 줍다 보니 막상 물 마실 겨를도 없었고 생각도 못 했었다.

길거리에 쌓여있던 쓰레기들
오늘 주운 쓰레기

오늘 모은 쓰레기들은 약 30분 정도 주웠는데도 양이 생각보다 많아  커다란 비닐봉지가 금세  꽉 찼다. 주운 쓰레기들을 재활용이 가능한 건 재활용으로 버리고 일반 쓰레기는 일반쓰레기 봉지에 담아 버렸다.


안 그래도 내일이 3월 1일이어서 쓰레기를 주으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고 해서 어쩌나 했는데 오늘 쓰레기를 주어서 3월 쓰레기 줍기 미션도 성공했다.

아이들과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같이 쓰레기 줍기를 하러 나와야겠다.

앞으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매월 1일에 쓰레기를 줍고 날씨와 체력이 괜찮으면 2주에 한 번 정도 쓰레기를 주으러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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