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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Mar 11. 2021

금(金)파, 파테크를 아시나요?

집에서 대파 기르기 어렵지 않아요!

얼마 전에 집에 대파가 똑 떨어져서 친정엄마가 하시는 야채가게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한 단에 2,000~3,000원 정도 했던 대파가 어느새 7,000~8,000원으로 값이 껑충 뛰었던 것이었다. 대파 한 단을 사는데 손이 후들후들 떨렸다. 왜 이렇게 대파 가격이 올랐는지 궁금해서 알아보았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19의 여파로 각 가정에서 집밥을 해 먹는 빈도가 증가해서 대파 수요량이 급증했고, 대파의 주 생 산지인 전라남도 신안과 진도 지역에 내린 폭설로 한파 피해를 입은 데다가 지난 5년간 발생한 적자로 대파를 재배하는 농가가 감소해서 대파 가격이 작년에 비해 폭등했다는 것이었다. 국, 찌개, 무침 등 한식에 안 들어가는 곳이 없는 대파! 그렇다고 파 값이 올랐다고 안 살 수도 없고 참 난감했다.

한 단에 8,000~9,000원이 웬말이냐?- 어느새 금(金)파가 된 대파!

인*타 그램에 검색을 해보니 대파를 길러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서 나도 푸드 마일리지도 줄여보고 가정 경제도 살리고 자급자족 생활을 해보고자 대파를 집에서 길러 보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대파 기르기

대파는 알아보니 흙에서도 기를 수도 있고 수경재배도 가능했다. 하지만 흙에서 기르려면 흙을 사야 하기에 집에 있는 유리컵에 대파를 담가서 수경재배로 길러보기로 했다.


대파의 뿌리가 있는 쪽의 흰 줄기를 15cm 정도로 잘라서 유리컵에 넣고 물을 부어 기르기 시작했다. 기르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매일같이 물만 새로 갈아주면 되어서 그 어떠한 식물도 죽인 망손인 나 같은 사람도 기르기가 매우 간편했다.


처음 3~4일 정도는 거의 자라지 않아서 '뭐가 잘못되었나? 이렇게 천천히 자라서 언제쯤 길러 먹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자 어느새 대파가 까꿍! 인사를 하듯이 예쁘게 위로 위로 쑥쑥 자라는 것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놀라울 정도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좌)대파를 심은 날/(우) 6일 후  
(좌)14일 후/(우)18일 후

사실 처음 기르는 것이어서 잘 못 기를 것 같아 두 뿌리 정도만 길러 보았는데 심은 후 14일 정도 지나자 엄청 크게 자라서 시중에 파는 대파 못지않은 모습을 띠고 있었다.

기르다 보니 어느새 잘라서 먹기에 미안하고 아까울 정도로 반려 대파가 되었다.


오늘은 떡국을 끓였는데 파가 조금 필요해서 미안하지만 대파를 가위로 조금 잘라보았다. 시중에 파는 파보다 대파 속의 진액이 훨씬 많았다. 대파를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서 떡국에 넣었는데 대파를 직접 길러서인지 오늘따라 떡국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오늘 기른 대파를 처음 썰어서 떡국을 끓여서 맛있게 먹었다.

처음이라 간편하게 수경재배로 길러서인지 파뿌리 부분이 물에 잠겨있어서 살짝 곰팡이가 피거나 물이 하루만 안 갈아줘도 금세 탁해지곤 했었다. 다음에는 집에 있는 화분에 흙을 조금 넣어 대파를 흙에서 한 번 길러 보아야 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했을 때는 이처럼 집에서 콩나물, 버섯, 대파까지 기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요즘 코로나 시대여서 안 그래도 아이들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는데 콩나물, 버섯, 대파 아이들과 함께 물을 주며 길러보니 기르는 재미가 솔솔 하고 채소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니 답답했던 마음이 어느새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처음에는 한 달 정도만 실험 형식으로 우리 집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 보려고 애썼었다. 하지만 한 달이 훌쩍 지난 지금.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긴 힘들 것 같다.

오늘도 저녁시간에 배달 어플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싶은 귀차니즘이 슬슬 올라왔지만 맛있는 음식과 덩달아 따라오는 플라스틱과 비닐 포장 용기가 싫어서 떡국을 휘리릭 끓여서 맛있게 먹었다.


느리지만 꾸준히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을 덜어내는 생활을 시작하자 어느새 지갑은 좀 더 두툼해졌고, 건강도 더 좋아졌고, 무엇보다 오늘도 지구에 조금은 무해한 영향을 끼친 것 같아 뿌듯하고 보람이 있었다. 내일은 또 무엇을 조금 적게 쓰고 어떠한 것을 좀 더 쓸모 있게 재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오늘을 차분히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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