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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Jun 17. 2022

힘을 빼는 것이 더 어렵다

"열심히 살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날 책임져 주지 않아"


어려서부터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든든하지 못했던 나는 스스로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에게 기대고 싶어 하면 부모님은 오히려 그런 나를 향해 비난을 쏟고 자신의 신세한탄만을 해댔다. 나는 기댈 곳이 없었다.


세상을 원망했던 적도 많았다. 나는 도대체 왜 태어나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일까. 내가 책과 가까이 지내고 철학, 문학, 예술에 가까워진 이유도 이런 환경들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핍박을 받고 자라던 주인공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다 결국은 좋은 결말을 맞이하는 수많은 성공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나 영화들이 나에게는 그저 희망이자 빛이었다.


나 또한 열심히 살다 보면 분명 그렇게 빛이 드는 순간이 날들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살이 된 이후부터 나는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내며 그저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살고 싶어 산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지 않으면 그나마 갖고 있는 것들조차 빼앗기게 될까 봐, 그래서 더 불행해질까 봐 힘을 뺄 수가 없었다.


지금도 나는 시간이 비면 힘을 쭉 빼고 쉬지를 못한다. 돈을 벌거나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무언가를 해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힘을 빼는 법을 잊은 것이다. 이처럼 힘을 준 상태가 유지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그러다 보니, 사는 일이 버겁고 힘들기만 하다.


운동을 할 때에도 힘만 꽉 주고 있으면 즐기지를 못한다. 수영을 할 때에도 힘을 빼지 못하면 물에 뜨지 못한 채 계속 가라앉아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태로 무리한 운동을 하다가는 자칫하다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이처럼 힘만 준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삶은 위험천만하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마음처럼 생각처럼 쉽게 힘이 빠지지 않는다.


너무 오랜 시간을 말랑해지지 못한 채 딱딱하게 살아왔다. 그동안 내 성격도 내 인상도 같이 딱딱해져 버린 것 같다.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사람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보다는 무관심과 무시를 일삼는 날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어느샌가 나는 냉동고 속에서 오랜 시간 꺼내어지지 않은 돌덩이와도 같이 단단한 얼음과 같은 냉소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루하루 살기 바쁘던 시절에는 이런 생각을 할 시간도 없었기에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했었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이렇게 변한 내 모습이 슬프게 느껴진다. 


난 원래 여기저기 잘 흘러 다니는 물과 같은 사람이었다.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에 관심이 많았고 그 덕분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다. 다시 그런 내 모습으로 돌아갈 것인지, 돌아갈 수 있을지 그것은 나의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예전처럼 힘을 빼고 살아가는 것을 연습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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