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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Jun 23. 2022

외모지상주의

어려서부터 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외모 지적을 많이 받았다. 주위 사람에는 가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족들은 아무렇지 않게 외모를 가지고 '나'라는 사람을 평가하듯 말하곤 했었다. 그렇게 나는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 같다. 나는 사실 부모님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이렇게 태어났을 뿐이었는데, 내가 정말 못난 사람인 것처럼 대하는 사람들을 보며 혼란스러웠었다. 예쁘면 예쁘다는 이유 하나로 대우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노력을 해야 친구도 사귈 수 있고 기회가 주어진다. 내가 태어난 이 사회가 그렇다는 것을 그때부터 점점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외모 콤플렉스를 갖고 살게 되었다.


외모적으로 평소에 딱히 주목을 받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내 의견이나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남들 뒤에 숨어 사는 소극적인 자세로 살았었다. 하지만, 그런 내가 해외생활도 하고 내가 가진 재능으로 인정받는 경험들을 쌓아나가며 조금씩 변했다. 어린 시절 내가 외국어 공부에 집착하던 이유는 사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인정받는 곳'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해외 드라마들을 접하며 왠지 저곳에 가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들의 대화 속에는 외모에 대한 지적이나 놀림은 거의 없었다고 느꼈으며,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유롭게 소통하며 사는 듯해 보였다. 내가 마주한 해외에서의 실상 또한 그러했다. 그래서 나는 외국에 있으면서 난생처음으로 쇼트커트도 해보고 남자 같은 옷도 입고 다녀보고 살도 쪄보며 해보고 싶은 것들을 다했다. 그럼에도 내 주위에는 변함없이 친구들이, 지인들이 곁에 있어주었다.


그런 경험들을 해나가며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조금은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자신을 가꾸고 사랑하게 되자 외모도 자연스럽게 나만의 분위기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외모적으로 대놓고 지적을 받는 일은 드물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콤플렉스는 어떤 형태로든 여전히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가진 재능들이 사라지면 또다시 외모 지적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특히나 연애를 할 때에는 더 그렇다. 대놓고 외모디스를 하는 외모지상주의에 흠뻑 물든 남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나는 많은 상처를 입었다. 외모도 물론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인 사람들은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 처음에 좋다고 할 때는 언제이고 패션, 외모, 몸매, 헤어스타일까지 나중에는 모든 걸 비교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그들과 어울렸기 때문에 이런 '주옥같은 말들'을 듣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 또한 그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비슷한 수준이기에 끼리끼리 만나게 된 것일 것이다. 이처럼 나 역시도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이 길어질수록 외모지상주의에 다시 물들어가고 있다. 사람을 사귐에 있어 그 사람의 외모와 배경 등을 자꾸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진정으로 마음이 따듯한 사람들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 


자꾸 인간관계에서 실패하는 경험이 쌓이다 보니 내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을 재고해보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보니 인간관계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나는 외관이나 조건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간의 나는 진실로 나를 생각해주고 나를 도와주던 사람들의 호의를, 선의를 무심코 넘긴 적이 많다. 그러고 호구같이 내가 잘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가서 선의를 베풀고 사랑받기를 원해했었다. 잘 보이고 싶다는 사람은 위에서도 언급한 '외관과 배경이 뛰어난 사람들', '갖춰진 듯한 사람들'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잣대를 두고 판단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제, 지금의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나에 대해서 가치를 알아주고 소중히 대해주는 진심으로 나를 대해주는 사람들을 가까이 두고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함께의 가치를 알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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