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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Sep 28. 2022

'사랑한다'는 것은 무슨 마음일까?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많이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사랑일까.

내 기준에서의 사랑의 개념이 모호한 것 같다.


한때는 설레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단순한 감정이었다.


사랑을 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희생을 감수할 수 있게 되고

그 사람이 존재의 이유가 되기도 하며, 그 사람을 위해 헌신을 할 수 있게도 되는 것 같다.

아무런 이유와 조건 없이 말이다.

마치 부모님이 자식들을 위해 헌신을 자처하듯 말이다.


나는 아직 누군가를 위해 나를 희생하고 헌신한 적이 거의 없다.

조금의 도움은 준 적이 있을지 몰라도,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헌신을 한 적은 손에 꼽는다.

난 피해를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하는 로봇형 인간이다.


그래서 마음을 나누는 법을 잘 터득하지 못한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진심을 내비치며 다가오면 좋은 게 아니라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나를 바꾸려고 하거나 나를 걱정한답시고 하는 말과 행동들이 그저 그들의 욕심인 것 같아 불편하다.


어려서부터 나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던 아이였다.

그 안에 담긴 사랑의 의미를 모르니 그저 듣기 싫은 말들에 불과해지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사랑을 받을 줄 모르는 어른이 되었고, 그렇게 사랑을 주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수많은 연애의 실패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탓하거나 비난했던 과거의 지질했던 나의 모습을 이제는 인정했다. 나는 지질했고 지금도 가끔씩 지질해지곤 한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 적 없는, 야생에서 거칠게 자라온 나는 (좋게 말하면 개성과 주관이 뚜렷한) 앞으로 누군가를 만나 그 사람에게 길들여지고 정착하는 과정을 온전히 밟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나누고 그 안에서 평온 감을 느끼는 것이 나에겐 익숙한 환경이 아니다.

나에게 이 세상은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 같은 곳이기에 긴장감을 갖고 내 것을 지키며 사는 것에 나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그런 삶이 나에게는 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게 되어버린 것이다.


슬프다.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애쓰고 고군분투해온 나인데, 그런 나에게 남은 것이라곤 사랑을 할 수 없는 척박한 마음밖에 없다니. 그리고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삶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성향이 남아버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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