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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Jan 16. 2023

발정기가 와버린 개냥이 아니 고양이 먼지

냥이와 함께 지내던 평화롭던 어느 2023년 1월,

갑자기 고양이 먼지의 몸에 문제가 생겨버리고 말았다.


장난기가 많은 먼지는 가끔 사고를 치는 사고뭉치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조용함을 유지하는 순한 고양이이다.

그래서 먼지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은 거의 없고, 혼자서도 잘 놀며 조금만 놀아줘도 기분이 좋아져서는 힘차게 여기저기 잘 뛰어다니는 아이이다.


그렇게 큰 소리 한번 난 적 없이 잘 지내던 먼지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현관문 밖으로 뛰쳐나가질 않나 베란다에 나가서 안 들어오려고 하질 않나..

걱정을 끼치는 일이 여러 번 반복되던 어느 날, 먼지의 울음이 시작되었다.


사실, 울음이 시작되기 전 전조증세가 있었다.

바로 ‘끊임없는 뒹굴거림’ 


현관문을 열었을 때 반가워서 잠깐 뒹굴거리는 모습과는 어딘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의 최근의 끊임없는 뒹굴거림은, 마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처럼 보였다.


유튜브에 비슷한 모습을 띈 고양이들을 찾아보다 ‘고양이 암컷 발정기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것이 지금 먼지가 보여주는 모습과 가장 비슷한 모습이었다. 바로 중성화 수술 날짜를 잡았지만 제일 빠른 날짜가 2주 뒤였고 어쩔 수 없이 이 모습을 당분간을 지켜볼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있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뒹굴거림이 지속됨에도 끙끙대는 앓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점, 그래서 더 열심히 놀아주고 새로운 장난감들도 가져다주면서 주의를 끌기 위해 노력했는데…


며칠 뒤 냥이 먼지의 울음이 점차 커지기 시작된 순간 ‘아 큰일 났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건강하기만 하던 먼지는 계속해서 며칠째 끙끙 앓는 소리를 달고 살고 있다.

동물들의 발정기를 정확하게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게 동물의 원초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유전자 번식을 위한 DNA는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걸 억누르다 못해 이젠 거의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재의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인간들은 얼마나 이성이 앞서고 있는 것인가 하며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동물을 바라보다 보면 인간을 넘어서 생명의 신비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먼지는 본성을 거스를 정도로 발정기에 몸부림치고 있다.

평상시 같으면 자신의 몸을 만지는 걸 허용하지 않고 도망가 버리는 아이이지만, 지금은 만져달라고 오히려 앵앵 대고 자꾸 몸을 부비적 거리는 등 낯선 모습으로 가득하다. 번식본능이라는 것이 이렇게 강력한 것이구나 싶으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으로 살아가며, 인간이기에 느끼는 당연한 감정들과 마주하며 매일같이 고민하고 살아가는 것 또한 자연의 이치려나 싶었다. 내가 살아가는 이번 생은 어쩌면 이상할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저 대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그림의 자그만 영역 정도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어렵고 아프고 힘든 마음의 짐이 조금은 덜어질 수 있을 것 같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딱딱하고 단단해진 이성의 끈이 조금은 유연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네 모든 삶은 아름다운 우주의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일 뿐이니.


동물을 키워보지 않았던 나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에 대해 그릇을 확장시켜 가고 있는 것 같다.

발정기는 왜 오는 것인가?

발정기는 언제 끝나나?

임신을 해서 발정기가 끝난다면 또다시 오진 않나?

등 수많은 질문들이 펼쳐지고 그것들을 알아가며 나는 또 다른 세계를 배우고 있다.

그렇게 먼지를 통해 나는 또 세상을 바라보는 눈 하나를 뜨게 되었다.


머지않은 시점에 아기 고양이 먼지는 수술대에 오를 것이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저 수술을 잘 마치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길 바랄 뿐이다.

안쓰러운 마음이 크게 들어오는 만큼 더 잘 놀아주고 사랑해 줘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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