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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Jul 22. 2024

심리상담 1회 차의 기록

2024.07.19. 


지난 주말부터 불안함에 심장이 요동치던 상태의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심리상담센터를 찾아 방문했었다. 첫 느낌부터 내가 원하던 편안한 공간이었기에 고민 없이 10회 치를 결제하고 본격적인 첫 상담이 시작된 것은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회사에 반차를 낸 상태였어서, 퇴근시간보다 빨리 방문이 가능했는데 상담을 하러 가는 길부터 내 마음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요즘 들어 무언가를 시작하면서 설렜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지난주에 비해 안정감을 찾은 마음상태였기에 가는 길에 부담감이 없었고, 내 이야기를 합법적으로(?)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에 간다는 사실이 무언가 나를 들뜨게 하였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이 추후에 나에게 안 좋은 화살로 돌아오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도 공존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모든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터놓기를 어려워하고 꺼려했다. 그런 면에서 심리상담사는 전문적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기도 하고 비밀을 보장해 준다는 원칙이 있는 곳이기에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는 것 같다.


반가운 얼굴로 반겨주는 상담사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가벼웠다.


'역시 잘 선택했어.'

내 마음이 말을 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고, 선생님과 눈을 마주하자 질문이 들어왔다.


"오늘은 기분이 어때요? 지난주 상담이 끝난 이후 마음은 괜찮았나요?"

"오늘 특별히 나누고 싶었던 주제가 있나요?"


마음이 복잡할 때에는 머릿속에 수많은 질문들이 가득했는데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현 상태의 나는 딱히 꼭 해야 할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현재의 이런 마음 상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게 되었다.


지난주에 느꼈던 두렵고 무서운 감정들이 발생한 이유에 대한 원인을 찾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던 것 같다. 대화를 할수록 나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결핍이 많이 남아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그런 결핍들은 결코 다른 요소들로 채워질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그냥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것은 이제는 인정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10년 전의 상담때와 비슷하게 반복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스스로 깨달았다.


10년 이상 전부터 시작된 자아성찰과 내면 심리에 대한 고민들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으며 때로는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동안 나는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많은 강의, 강연을 보고 책도 읽고 글도 썼다. 그 과정에서 나아진 부분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건 그냥 눈앞에 놓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근원이 되는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꾸만 비슷한 패턴으로 고민과 번뇌가 반복되는 것 같다.


첫 번째 상담시간에 나는 내가 느꼈왔던 감정들과 현재도 지니고 있는 고민들에 대한 나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왜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 생각하게 되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한 문제는 막상 직면하기가 어렵다는 것처럼 나 또한 정작 마음의 본심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려웠던 것 같다. 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던 상담 선생님은 그동안 내가 여러 관계들에 있어서 접근하는 방법과 강도, 요구하는 모습 등이 남들보다 과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해 주셨다. 


물론 이것이 확실하다는 말은 아니고, 그럴 수도 있다는 영역에 불과하다고 덧붙여주셨다.


'역시 전문가는 전문가다.'


이 말은 평소에 친구들과 나누던 푸념과 하소연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관점이었다. 이런 식으로 행동을 바라볼 수도 있구나 하는 것에 1차적으로 놀라움이 있었고 2차적으로는 뭔가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눈앞에는 한 치 앞 상황밖에 보이던 것이 제삼자의 먼 시점에서 볼 때는 그런 식으로 보일 수도 있는 거구나 싶은 생각과 그동안 답답하게만 느껴왔던 것에 조금은 희망의 빛이 보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첫 상담을 마무리하며,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나는 '개운하다'라고 답변을 했다.

마치 가려운 마음속 한구탱이가 시원하게 긁힌 느낌이 들었다. 상담을 마치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앞의 내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뗘져 있었다. 드디어 나는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나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싶은 뿌듯함 또한 내 주위를 감돌았다.


'돈을 가치 있게 쓴다는 것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지난주의 내 선택에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

오히려 오래 고민하지 않고 빠르게 선택하고 결단을 내린 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다음 상담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설렘과 함께 이번 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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