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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Aug 05. 2024

심리상담 2회 차의 기록

2024.07.26.


이날은 오전에 건강검진을 예약해 두어서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건강검진이 끝난 이후에는 예약해 두었던 샵에 방문하여 왁싱과 피부관리를 받았다. 성과급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제는 나를 위해 돈을 쓰는 것에 깊은 고민을 거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관리를 위해 거금 100만 원을 회원권 구입에 투자했다. 부모로부터의 독립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나를 자유롭게 한다. 과거였으면 나에게만 돈을 쓰는 것에 나는 큰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그저 고생한 나 자신을 챙기는 것뿐인데 그런 나를 보며 엄마는 엄마를 챙기지 않는 불효녀 소리를 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거리를 두고 얼굴을 보지 않으니 여러 가지 면에서 나답게 살 수 있어 좋다. 평온함 그 자체이다.


지난 월요일에는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갔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기 때문이었는데 그건 바로 '인사이드 아웃 2'이었다. 과거 우울감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추천을 받아서 보았던 '인사이드 아웃 1'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별다른 검색 없이 그저 그때의 좋았던 기억 하나로 '인사이드 아웃 2'도 예매를 진행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끌어들이는 우주의 기운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이번 영화에서는 '불안이'가 메인 감정으로 등장하는데 이번에 내가 상담을 신청하게 계기에서부터 지금의 나에게 너무 공감이 가는 감정선이 나와서 너무 깜짝 놀랐다.


자아라는 것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감정들이 뒤죽박죽 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사춘기의 '라일리'의 모습을 보면서 내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한동안 보이지 않는 기쁨이, 슬픔이, 예민이, 소심이 등의 인사이드 아웃 1에 등장했던 메인 감정들의 모습들 또한 현재의 내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예전보다 기쁘거나 슬픈 일이 줄어든 현재의 내 모습이 그저 나이가 들어서라고 여겨왔는데 그런 감정들이 사라졌다기보다는 다른 새롭게 떠오른 감정들에게 밀려서 잠시 뒤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나에게는 다시는 예전처럼 걱정 없이 기쁘게 웃는 날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이 한편에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불안이 와 당황이, 따분이와 같은 새로운 감정들이 거쳐가고 나면 기쁨 이도 다시금 재얼굴을 드러낼 것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받은 것 같다.


영화를 본 이후 여운이 남아 인사이드 아웃 2를 리뷰하는 여러 영상들을 유튜브에서 찾아보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사춘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해 성인이 되어서도 자아가 성립되지 않아 영화 속 주인공인 라일리와 같은 감정변화를 뒤늦게 겪는 케이스가 많다고 한다. 나 또한 그중 하나였던 것 같다.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좋은 이미지의 내 모습만 남기려고 부단히 애쓰던 내가 있었는데, 영화 속 마지막에 그동안 감춰왔던 창피하고 안 좋은 내 모습까지 모든 것이 합쳐져 '나'라는 자아를 형성시키는 모습에서 '아, 저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감정과 기억들을 다 끌어안는 작업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했던 거구나 하고 말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담 선생님은 당연하게도 이 영화를 이미 보고 오셨다고 했다. 영화 속 캐릭터인 '불안이'를 보면서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고, 마지막에 불안이 가 기쁨이며 다른 감정들과 포옹을 할 때 눈물이 나왔다고 하자 어떤 생각이 들었고 어떤 마음으로 눈물이 났는지 나에게 있어서 눈물의 의미는 어떠한 것인지 등 다양한 질문들을 해주셨다. 그 과정에서 나는 다시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되돌아보고 나에게 '눈물'은 어떤 의미인지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선생님에게 나에게 눈물은 슬프고 힘들고, 억울하다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평소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그 이야기가 슬프게 들린다고 하시며, 눈물에는 해소와 화해, 감동과 감격 등과 같은 좋은 이미지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거기에 마음 한편에서는 그렇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내가 진정으로 기뻐서 눈물을 흘려보았던 것이 언제였더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딱 떠오르는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마음이 매 말라가다 보면 감정이 무미건조해진다. 기쁨도 슬픔도 즐거움도 괴로움도 모든 감정들이 '없을 무(無)'에 가까워져, 그저 하루하루 몽롱한 상태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하는 사랑도 그런 듯하다.

색채를 잃은 채 그저 회색빛으로 가득한 것 같다. 과거에는 일을 시작하면 연애를 시작하면 사랑을 시작하면 반려동물을 키우면 어둡기만 한 회색빛 인생이 자동으로 밝은 빛으로 빛날 줄 알았는데 순간적으로 빛이 나긴 했지만 결국은 다시 도돌이표인 것 같다. 이는 안에 있는 필터가 잘못된 것일까? 


계속되는 상담을 통해 나는 이런 내 안에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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