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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직원을 가르치면서 나를 배우는 중

내 생각..

by 정하윤


KakaoTalk_Photo_2025-06-21-17-53-34.jpeg 다른 팀 직원과 내 직원 (보경) 이 나눴던 대화



직원을 채용한다는 건 단순히 사람을 뽑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그 사람이 사회 초년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들이 처음 겪는 조직, 처음 만나는 상사, 처음 부여받는 책임감은 ‘일에 대한 정의’를 만들어낸다.


나는 창업이라는 과정을 꽤 오래 겪어왔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문제에 부딪혔다.
때로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문제들이기도 했다.

3년 전, ‘오무렌’이라는 서비스를 만들 때,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가 대한민국에서는 불법이라 사업의 스케일업에 대한 고민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당시에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단순히 안 되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기엔 아쉬웠다.

그래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고, 당시 업계 내부의 반발이 워낙 심해 청와대까지 올라갔던 사안이었지만 결국 일말의 가능성을 열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배웠다.

정말 안 될 것 같았던 문제들도, 정의를 다시 하고, 해결의 관점을 바꾸면 길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나는 점점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먼저 ‘왜 이 문제가 문제인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이 문제를 왜 이렇게 정의했는가’부터 다시 묻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때도, 가능한 시야를 최대한 넓히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한 태도가 지금의 내가 '문제 해결능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지금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팀원을 보며 그 방식이 얼마나 큰 자산이었는지를 새삼 느낀다.


입사한 지 세 달쯤 된 사회초년생인 그 친구는 아직은 서툴고 조심스럽지만, 묵묵히 나를 따라오고 있다.

문제를 정의하고 바라보는 태도, 해결 방향을 여럿 세워보려는 사고 방식이 조금씩 나를 닮아가고 있다.
그게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조심스럽다. 내가 가진 프레임이, 이 친구에게도 기준선이 되어버릴 수 있으니 내 한계가 곧 이 친구의 한계가 되지 않도록,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며칠 전, 그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윤님을 만나기 위해 운을 많이 쓴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정말 가슴 깊이 감동했다. 그 한 문장이, 모든 수고를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친구가 나를 믿는 만큼, 나도 더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 친구를 통해

누군가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그것을 기꺼이 나의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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