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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Z Jan 14. 2023

음악, 위로의 손길


눈을 감고 들으면 영화처럼 장면이 떠오른다.

 [제자리 걸음만 하는 날이 있대도 내 템포로 걷고 싶어 이 정도 어때 One, Two, Three] 따스한 햇살에 벚꽃잎은 휘날리고 나는 하나둘 하나둘 뛴다. 여의도 벚꽃 마라톤대회에서 박효신의 「리라」를 처음 들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한참 뒤처졌지만, 뱁새가 황새 따라잡는다고 더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그렇게 했다가는 페이스 조절 실패로 중도하차를 선언했을 듯하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하프 마라톤을 3시간 걸려 완주하고 내 템포로 걷는다는 게 무언지 느꼈다.

 [행복의 비밀 그 답은 마음에 있지 마음먹기 나름이지 … 가끔은 엉켜 버릴지 모를 순간을 사는 우리 언젠가 시간의 끝에 멈출 때 그때가 영원한 그리움의 시작이 될 거야] 빛을 잃은 눈동자, 빨간 눈시울. 샤워기에 얼굴을 대고 눈물을 함께 흘려보낸다. 엄마가 갱년기로 아픈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고통스러울 때 박효신의 「I'm your friend」를 따라 불렀다. 겨울밤 같은 춥고 외로운 날을 보낼 때 보드란 이불이 되어주었다.

 [오늘은 걷더라도 내일은 달려갈래] 뚜벅뚜벅 고개를 떨구고 어둡고 습한 터널을 걷는다. 바닥에 든 한줄기 볕에 고개를 들어 바깥을 본다. 내 마음에도 빛이 든다. 쾌청한 날에 바싹 마른빨래를 만지는 촉감이 떠오른다. 당장 서두르고 싶지는 않지만 조금 더 희망을 듣고 싶을 때 박효신의 「Home」을 찾는다.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읊조린다. "오늘은 걷더라도 내일은 달려갈래" 해가 지는 저녁노을을 감상하며 빨래를 걷는 기분이다.



 길을 잃어 헤매고 있을 때도 덕분에 버틴다. 노래를 따라 부르며 마음 보따리 안에 들어있는 감정을 풀어낸다. 가닥가닥 엉켜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때 노래는 내게 말한다.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해보자" 버거워서 힘들어할 때면 "오늘은 이만하고 쉬어 잘하고 있어”. 책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주인공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시란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입니다" 과감하게 이야기해서 노래도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 같다. 부르는 사람의 입에서 나와 듣는 사람의 귀로 들어가기 때문에 더 그럴듯하지 않나.

 글을 쓰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는데 장르가 중구난방이다. R&B를 들으며 고개를 흔들면서 리듬을 타기도 하고 일하다 지치면 노동요라며 락을 들으며 나로서는 낼 수 없는 소리에 전율을 느낀다. 베이스의 풍부하고 묵직한 소리에 감동한다. 공통점이 없으니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모든 음악을 좋아하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다시 골똘히 생각하며 글을 써 내려가는데 순간 공통점이 보였다. 여러 에피소드를 한 조각씩 모으다 보면 완성이 되는 글자는 바로 위로다. 힘들 때 주저앉고만 싶을 때 음악은 위로가 되었다. 수많은 음악이 내 곁에 머물러 주었기에 지금 이렇게 곧게 서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진실한 위로자가 되어준 모든 음악에 감사하다.

 친구가 “자기가 좋아하는 거 다 넣어놨네”라 감상평 남긴 작문공동체 삼다 졸업문집 내 소개로 이야기를 맺고 싶다.



별이 떨어지는 작은 창밖을 보다 

잠들지 못한 밤 나를 달래보다


몇 달은 품던 그 말로

멋진 옷을 지어 입곤


내가 가고 싶은 대로만 간다면

그저 틀린 길만 나올까


난 그저 나답게 더 숨 쉬고 싶고 

그저 나답게 더 느끼고 싶어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 속에

나 홀로 잠들어 

다시 오는 아침에 

눈을 뜨면 웃고프다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 걸 바라도 된다면


박효신- 「겨울소리」, 잔나비- 「투게더!」, 루시- 「조깅」, 김필- 「불면」, 박효신-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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