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색 햇살이 복도 창에 비쳤다. 중간에 깨진 곳에서 빛이 갈라졌다. 그 갈라진 빛이 내 실내화를 비추고 있었다.
‘이레네 복도 창문에는 금이 갔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평화야 나 이제 끝났어! 가자!”
우리는 둘 다 코를 막고 며칠 동안 더 많이 떨어진 은행 지뢰밭을 피해 함께 집에 왔다.
엄마는 반갑게 맞아주셨다.
“안녕 네가 이레구나? 평화 엄마야”
“안녕하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어머 말도 이쁘게 하네”
“간식 만들어뒀으니까 맛있게 먹고 재밌게 놀다가”
엄마가 만들어준 간식을 먹었다. 도넛이었다. 처음에는 포크로 얌전히 도넛을 먹다가 손으로 집어 먹었다. 엄마가 빨래를 널러 가신 사이 우리는 장난스러운 눈짓을 주고받으며 도넛을 반지처럼 끼고 먹었다.
***
이레는 꽃에 관심을 보이며 자꾸 눈을 돌렸다. 그런 이레를 보고 나는 물었다.
“꽃구경할래?”
“응!”
이레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우리는 꽃을 보러 가까이 다가갔다. 이레는 눈으로 요리조리 살폈고, 나는 자연스럽게 꽃을 만지면서 이름을 알려주었다.
“살살 만져봐 꽃잎이 아주 부드러워 이름은 낮 달맞이꽃이고 길거리 다니다 보면 화단에 많이 키우는 꽃이야”
이레는 손에 땀을 닦고 조심스럽게 손바닥만 한 분홍색 꽃을 만졌다. 그리곤 곧 이마에 주름이 생길 정도로 눈이 커지며 감탄했다.
“오! 오오? 너무 좋다. 부드러워 엄마 겨울옷 만지는 거 같아”
“그치? 그리고 이건 내가 좋아하는 체리세이지야”
나는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듯이 체리세이지 잎이 붙은 가지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 살살살 흔들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코와 입을 막는 것처럼 대고 흐으으읍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아아아 너무 좋아. 나는 이 향이 너무 좋아”
한껏 들이마시니 긴장이 풀어지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이레도 곧장 나를 따라 했다. 손에 묻은 체리세이지의 향을 맡기 위해 얼굴에 두 손을 가져다 대고 숨을 마셨다. 상큼하고 달콤한 향을 맡고는 아쉬웠는지 손이 한 번 더 체리세이지로 향했다. 다시 비비고 이번엔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흐으으읍 왜 그렇게 내가 깊이 숨을 들이마셨는지 알았나 보다. 이 향은 순식간에 기분을 좋게 하는 향이다. 이레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너무 좋다. 다른 생각이 하나도 안 들어.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해”
***
어느새 거실로 나온 아이들을 보고 평화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했다.
“귀엽다”
평화 엄마는 평화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이렇게 친구를 초대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좋았다. 집에 있어서 아이들에게 마음껏 해줄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문득 어린 시절 친구를 데리고 집에 놀러 가면 어머니께 받았던 작은 다과상이 생각나 울컥했다. 평화도 친구들과 재미난 추억을 하나하나 쌓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쪼그려 앉아 흥미롭게 꽃을 탐색하는 뒤통수가 사랑스러웠다. 웃음이 났다. 이 장면을 두고두고 보고 싶어서 둘의 뒷모습 사진을 찍었다. 곧 이레와 평화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찰칵’
그 모습도 사진에 담겼다.
3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