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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로 May 28. 2020

우리를 견디게 하는 것, ‘라라랜드'

이것은 예술에 대한 영화이다.

© 2020 Roh.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첫인상은 그랬다.

라라랜드라는 이름의 경쾌함과,

보랏빛 포스터의 예쁜 색감에서 다가온 첫 느낌은 딱 그정도 였다.


하지만 시큰둥함이, 두근거리는 기대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롱테이크(처럼 보이는) 오프닝 시퀀스는 나를 단박에 사로잡았다.

저 유명한 마지막 장면은 기시감이 있다.

이젠 고전이 되어버린  ‘시네마 천국’의 엔딩이다.

낡은 필름이 상영되는 형식, 달콤쌉쌀한 정서는 분명 시네마 천국의 재경험이다.

일과 사랑은 인생의 전부라고 프로이트는 말했다.

(이 멘트는 ‘인턴’이라는 영화의 인트로에서 그대로 인용된다)

이 두가지 주제가 부딪치는 과정 역시 두 영화가 삶을 다루는 방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두 영화의 음악은 또 얼마나 대단한가!

이 영화의 OST는 과거 걸작 뮤지컬 영화들처럼 빼곡한 명곡 리스트를 자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매력적인 스코어 속에 달콤쌉싸름한 영화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았다.


전작 위플래쉬처럼 데이안 차젤 감독의 이 영화는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사랑에 관한 영화, 후회에 관한 영화, 혹자는 꿈에 대한 영화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엇보다 예술에 관한 영화이다.


감독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딱 한순간에 그 실마리가 있다.

미아의 곡 'audition'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A bit of madness is key

약간의 미친 짓이

To give us new colors to see

우리가 새로운 색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열쇠란다

Who knows where it will lead us?

그게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누가 알겠니?


So bring on the rebels

그러니 들고 일어나요

The ripples from pebbles

조약돌이 일으킨 파문처럼

The painters, and poets, and plays

화가, 시인, 배우들도


굳이 화가, 시인, 배우를 통칭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는 마치 다가올 미래를 예견하는 듯한 가사를 건넨다.


Here's to the hearts that ache

상처받은 이들을 위하여

Here's to the mess we make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위하여


상처받은 그들은 모든 실수를 만회하는 상상으로 복기한 셈이다.

일과 사랑, 그리고 현실이 주는 씁쓸한 무게감은 우리를 지치게 한다.

우리를 견디게 하는 건, 판타지이고 예술이다.

그게 작품으로 남아 불멸이 것이 되었건, 한번의 상상으로 휘발되었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만약에‘라는 그 아름답고 아련한 상상, 그것에서 주는 위안과 체념에서 우리는 다시 출발할 힘을 얻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라이언 고슬링은 다시 숫자를 세며 건반을 친다.

그렇게 힘껏 ‘현재’를 살아낸다.

극장밖을 나서는 우리를 응원하듯이 말이다.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라랜드가 작품상을 놓쳤을 때 무척 아쉬웠다.

(줬다 다시 뺐었으니 '만약에 작품상을 받았다면'의 현실 속 재현인가?)

하지만, 돌아보면 이것이 이 영화의 더 좋은 결말인 듯하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모든 것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긴 여운을 남긴 것처럼,

모든 영광을 다 얻지 않는 쪽이 이 영화의 미덕을 빛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 영화는 내게 완벽한 엔딩을 가진 영화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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