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일기(8) 일본 여행 덕후

내게도 있다, 덕질!

by 교사맘

일본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이 정도 가지고 덕후라고 하긴 부끄럽지만, 일본을 일 년에 3~4번 정도는 다녀오는 것 같다. 화상일본어로 만나는 일본인 선생님보다 내가 더 다양한 일본 여행지를 방문한 경우도 많다.


혼자 갈 때도 많지만 작년에 이어 이번 연말연시도 일본에서 가족과 여행하며 보내고 있다. 남편은 전생에 친일파 아니었냐고 하는데, 요즘은 '1920년대, 조선으로 이주한 일본인 아니었을까? 아니면 1500년대 말, 나가사키에서 외래 문물을 접하고 신난 한 사람, 급기야 최초의 유럽 땅을 밟은 일본인이 나였다면??' 하면서 이런저런 상상을 재미있게 하고 있다.


최근에 읽은 이 책 덕분에 역사적 상상력이 더 구체적이게 되었다.

일본 여행이 왜 좋을까?


우선, 내가 일본어를 할 수 있어서 여행이 훨씬 찰지고 자유로운 느낌이다. 말 그대로 만끽.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으로 구석구석 다니고, 예약을 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대답을 알아듣는다. 구글 지도에 일본어로 검색하면 더 확실하게 (로컬 맛집을) 찾을 수 있고, 손글씨처럼 적힌 로컬 식당 메뉴판은 번역기가 번역을 못하는데 나는 읽을 수 있고 주문할 수 있다!! 일본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는 느낌이라 좋은 건가? 일본 선생님들과 교류의 기회도 종종 갖는데 양국의 초등학교 문화나 교사 문화를 비교하는 것도 참 재미있다. 외국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지. (여행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의 설명을 빠르고 명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워 일본어 어휘력의 한계를 심히 느끼고 있다.) 또, 가깝기 때문에 더 자주 갈 수 있고 그만큼 추억이 많이 생기니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중3 때부터 일본어 동아리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용돈을 탈탈 털어 고1 때 일본 펜팔 친구 집에 방문한 것이 내 생애 첫 해외여행이었다. (도대체 뭘 믿고 혼자 비행기를 타고 펜팔 친구를 만나러 갈 수 있었을까? 지금도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인데 과거의 나는 훨씬 더했던 것 같다. 보내주신 엄마도 정말 대단한다.ㅎㅎ) 일본어 공부를 통해 꿈을 심어주셨을 뿐 아니라 이렇게 즐겁게 일본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어, 중고등 시절 나의 은사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https://brunch.co.kr/@omyjesus/31(일본어 동아리 시작 이야기)


최근에는 일본 역이나 공항의 스탬프를 찍는 스탬프 수첩을 샀다. 공항이나 역에 갈 때마다 스탬프부터 찾는다. 스탬프를 채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퇴직 이후에 일단 JR을 타고 최남단부터 최북단까지 기차여행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 1년 정도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미우라 아야꼬 문학관('빙점'저자) 및 기독교 문학 투어 가이드로 일 해보고 싶다. (교회는 미우라 아야꼬 작가가 다녔던 교회에 다닐 예정이다.) 그리고 또 괜찮아 보이는 도시는 ‘히로시마'이다. 히로시마는 기껏해야 ‘일본 소도시 여행’ 컨셉의 책자 한 꼭지 정도로만 있고 별도 가이드북도 찾기 어려운데, 원폭 자료관 투어나 역사 투어 가이드도 해보고 싶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일본을 거닐고 있다. 특별히 이번 여행은 세 아이들이 각자의 백팩에 각자의 짐을 싸서 지고 다니고 있다. 한 번에 여러 도시를 방문하느라 숙소를 자주 옮기게 되는데, 아이들이 각자 짐을 챙기니 짐을 풀고 싸는 시간이 훨씬 수월하다.




오늘은 온천이 있는 숙소에 머물고 있다. 딸과 노천탕에 들어갔다가 씻고 나오는데, 새삼 아이가 알아서 머리도 감고 씻는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유아기 때는 내가 다 씻겨주었는데. 이렇게 손이 덜 가는 시기가 왔고, 앞으로 더욱 그렇겠지. 초6인 첫째는 이미 내 키를 넘겼고, 무거운 짐을 척척 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둘째와 셋째는 어딜 가나 “엄마 옆에"를 외치고, 엄마의 팔을 끌어안고, "엄마 냄새 좋아~~~”하면서 킁킁 맡는다. 나도 어릴 때 엄마 냄새를 정말 좋아했고, 지금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남편도, 나도 각자의 일정으로 늘 분주하게 지내는데 여행에 와서 가족 모두가 붙어 다니며 하루에 2끼는 외식을 하고, 한 끼는 저녁에 장을 봐서 다음 날 아침으로 먹는다. 여행지에서는 하루 3끼 밥 챙기는 것도 재미있고, 우리 부부는 음주를 하지 않기에 밤에 둘이서만 숙소를 살짝 빠져나와 동네 마트에 다녀온다. “이런 것도 파네, 여긴 과일이 한국보다 비싸네, 빵이 한국보다 싸고 맛있네” 등 사소한 대화를 하면서 장을 보고, 아이들 몰래 둘만 아이스크림을 사서 숙소에 오는 길에 다 먹는다. 이런 게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1월 1일에는 히로시마에 있었다. 첫째가 일출을 보고 싶다고 해서 둘이 일출을 보러 나갔다. 추운데 오래 서 있어서 정말 힘들었지만, 원폭 돔과 일출을 함께 찍은 사진이 보면 볼수록 특별하게 다가온다. 올해는 복직을 하는 해이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내면의 평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평화로운 새해를 기원하며
전차가 다니는 도시는 왜인지 모르게 더욱 정이 간다. 히로시마, 삿포로, 나가사키...
각자의 짐을 지고 함께 걷는 게 인생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