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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공부 2화_거실의 교실화

집공부 공간

by 교사맘
거실의 교실화_학원,과외없이 집에서 워킹맘 엄마와 공부하고 있는 초등 삼남매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자라는 공부 습관> 2화

아이들 셋을 앉혀놓고 집공부를 하려면 그에 맞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요즘 거실 서재화 하기가 하나의 인테리어 트렌드입니다. 거실 한쪽 벽면에 큰 책장을 두고 책을 가득 채우는 방식이죠. 그리고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를 두기. 저 역시 멋진 거실 서재 인테리어 사진들을 저장해 두곤 했습니다.


자녀가 유아기일 때의 독서 공간
아이들이 어릴 때는 편안하게 앉아서 독서할 소파를 꼭 두었습니다.


책상보다는 편안하게 뒹굴 수 있는 공간이 우선순위였습니다.


그런데 집공부를 하려면 다 같이 모여 앉아 공부할 장소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양육자가 공부를 한꺼번에 체크할 수 있죠. 각자 방에서 공부를 한다면 양육자가 세 방을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다 같이 모여 있고 학습을 하는, 교실 같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아늑하게 책 읽을 수 있는 공간과 나란히 앉아 공부할 수 있는 공간. 둘 다 갖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저희 집이 인구에 비해 작습니다. 책을 마음껏 읽을 공간이냐,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이냐를 놓고 저울질하다 아이들이 모두 초등학생이 된 후에는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쪽에 무게 중심을 두었습니다.


저는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소장하는 것도 좋아해서, 이전 집은 더 좁았음에도 책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책이 가득 꽂혀있는 책장이 부담되기 시작했습니다. 천장이 낮은 집이고 식구가 많아서 짐은 자꾸만 많아지는데, 책이 한쪽 벽에 가득 차 있으니 중압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오래된 책에선 곰팡이도 쉽게 생기고, 읽지 않고 꽂아만 둔 책들도 많아서 마음의 짐이 되곤 했지요. 방학 때마다 마음먹고 책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사를 오면서는 더 많이 줄였습니다.


예전 집 거실 한쪽 벽. 인스타나 오늘의 집에 나오는 멋진 서재 사진을 따라 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훨씬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지금 거실 한편에는 코너형 책장 말고는, 일부러 낮은 책장을 샀고 문을 달았습니다. 책을 가리고 싶었고, 여백을 두고 싶었어요. 그리고 반대편 벽에는 유리형 화이트보드를 설치했습니다. 저는 이 인테리어에 '거실의 서재화'가 아닌, '거실의 교실화'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자녀가 모두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는 푹신한 소파가 아닌 테이블과 의자 위주의 공간이 되었네요.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면 또 달라지겠지요.


거실의 교실화

이 공간이 진짜 교실이 있는 학교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학교는 아이들이 하루를 시작할 때 등교합니다. 학교 교실은 아이들이 하루를 출발하는 에너지로 채워집니다. 하지만 우리 집 거실은 가족이 하루를 마무리할 때 모이는 곳입니다. 이제는 좀 쉬고 싶고, 퍼지고 싶은 저녁 시간대. 그때 공부하자고, 다시 의욕을 불어넣어야 할 사람은 바로 집공부를 맡은 양육자인 나입니다.


공부는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거 아니냐고, 왜 엄마가 시켜야 하는 거냐고 반문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정했습니다. 아이들은 공부를 부담스러워하고, 좋아하지 않을 때가 조금 더 많다는 사실을.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몰입도 잘하고 스스로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랄 때는 전인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싫어하는 공부도 해야 하는 것이죠.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학교 수학 공부,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다 보면 좋던 수학이 싫어지는 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입니다. (교육자로서 너무 슬픈 대목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나름대로 정리한 것도 차차 풀어보겠습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공부일수록 (특히 수학이나 영어) 옆에서 잦은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물론,

“빨리 해라."

"공부 안 하면 어쩌려고 그래? 커서 뭐 먹고살래?"같은 말들.

깊은 한숨과 어두운 표정, 고개를 가로젓거나 실망스러운 표정.

이런 부정적인 피드백은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녀들은 생각보다 부모의 칭찬을 많이 기다리고 기대합니다. 예민한 아이에게는 장난스럽게 하는 말이라도 상처가 될 수 있죠.


초등 공부는 공부에 대한 전반적인 정서를 형성하고, 습관을 만들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적은 시간이라도 양육자가 옆에서 있어 주고, 힘들어할 때 이해해주어야 합니다. 격려의 말은 못 하더라도요. 그리고 양육자의 성급한 마음으로 다그치지 않아야 합니다. 공부뿐이겠어요. 아이의 욕구, 성향, 취향까지 내 마음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게 아니죠. 교육이란 것은 타고난 것과 만들어가는 것 사이에서 늘 엎치락 뒤치락하는 일인 것 같아요.


하여, 집공부를 맡은 양육자는 외롭고 힘겹습니다.

저도 하루 종일 일했고, 집에 오자마자 부엌으로 직행하여 아이들의 저녁을 챙겼으며 이젠 말하기도, 서 있기도 싫은 직장인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뿐만 아니라 세 아이들의 의욕을 일으켜야 하지요.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을 이해까지 해야 하잖아요? 이건 투잡도 아닙니다. 저녁마다 무보수로 하는 일이지만 직업 못지않은 책임과 역량이 요구되는 봉사활동입니다.


남편이 저와 결혼하기 전, 조금 일찍 결혼한 친구가 장난처럼 물었다고 해요.

“자네, 정녕 이 길을 가려는 가?”


집공부를 시작해 보려는 분들께 저도 같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정말 이 길을 가시렵니까?”


결국 아이들 공부를 돕는다는 건, 공간을 바꾸고 루틴을 세우는 일, 그 이상입니다.


집공부란 아이의 마음을 읽는 일이고,
아이 옆에서 드러나는 내 마음-불안과 걱정, 초조함, 부담, 두려움으로 점철된 나의 그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니까요.


이 길을 가려는 당신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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