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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공부 3화_집공부 언제 해요?

초 2,4,6학년 (학기 중 평일 저녁)집공부 시간표

by 교사맘
초 2,4,6학년 (학기 중 평일 저녁)집공부 시간표_학원,과외없이 집에서 워킹맘 엄마와 공부하고 있는 초등 삼남매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자라는 공부 습관> 3화

갑자기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첫째: 저는 서울대요!

막내: 에이, 어떻게 그 어려운 서울대를 가?

첫째: 열심히 하면 갈 수 있어!

막내: 그래? 그럼 난 하버드! 누나는?

둘째: 나? 난 대학 안 가.


둘째가 대학을 안 가는겠다는 이유를 언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생각을 해보세요.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 공부 어려울까 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죠?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공부 어려울까 봐 공부하죠? 고등학교 때는 대학교 시험 봐야 하니까 공부 열심히 하죠? 대학교 때는 좋은 회사에 가야 하니까 공부 열심히 하죠? 근데 저는 패션 디자이너가 될 거라 회사에 안 갈 거거든요. 그러면 굳이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어요."


"패션 디자이너도 패션 회사에 들어가야 할 거 아니야?"


"패션 회사는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해야 하잖아요. 뭐 영수증도 써야 하고, 서류도 만들어야 되고... (이런 건 어떻게 알았을까요?) 저는 회사에서 시키는 거 말고, 제가 직접 옷 만드는 가게를 할 거거든요. (자기 브랜드를 갖겠다는 말) 그러니까 굳이 회사에 갈 필요 없고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래? 그런데 엄마가 최근에 읽은 책이 있는데. 그 작가는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싶은데, 유명해지기 전에는 돈을 많이 못 벌잖아. 또 일이 있을 때는 돈을 버는 데, 없을 때는 못 버니까 버는 돈이 많았다가 적었다가 하잖아. 그래서 일주일에 3번은 청소일을 하고, 2번은 그림을 그리거나 강연을 가거나 하더라고. 그런데 청소 일로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어서 좋대. 그래서 책 제목도 <그만둘 수 없는 마음>인가 봐. 너도 너 가게나 디자인이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거야. 엄마는 그것도 좋다고 생각해. 청소일 하면서 돈도 벌고, 내가 좋아하는 일도 계속하는 거잖아."


"음... 아르바이트하기는 좀 힘들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 엄마는 너희가 대학 졸업하고도 엄마, 아빠 집에서 살면 방값, 음식값 다 받을 거거든."


대학을 꼭 가야 하는 건 아니죠. 가지 않겠다는 아이를 굳이 보내고, 비싼 학비를 투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대학 다니던 시절 경제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4년 학비만큼은 지원할 생각입니다. 대학을 가든 안 가든, 경제적 지원은 그만큼만 하고 끝내겠다는 명확한 결승선, 'Finish Line'이 있습니다. 그 결승선까지 돈도 준비해야겠지만, 자발적인 독서 습관, 경제에 대한 관심,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립심, 넓은 세상과 다양성에 대한 감각 - 이런 것들이 저희 가정 속에서 배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대학을 안 가서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둘째의 집공부 시간표를 먼저 공개하겠습니다.

초4 - 수학50분, 영어30분 공부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의 집공부 시간표입니다. 수학을 50분 하고, 영어를 30분 공부합니다. 둘째는 언어 감각이 있는 편이라 제가 듣던 화상 영어 수업을 자기도 듣고 싶어 해서, 일주일에 2번 화상 영어 수업을 넣어주었습니다. (화상 영어는 숙제 전혀 없이 하고 싶은 말 하고 노는 시간입니다.)




다음은 서울대를 가겠다는 첫째의 집공부 시간표입니다.

초6 - 수학70분, 영어30분 공부

초등학교 6학년이고, 수학을 70분, 영어를 30분 공부합니다. 방과후 수업은 (세 아이 모두) 다 예체능 관련이고, 학교 숙제 이외에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냅니다. 같이 저녁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때론 친구들과 놀고 올 예정이면 일정을 조금 변경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버드를 가겠다는 막내의 집공부 시간표입니다.

초2 - 수학30분, 영어50분 공부

사실 수학 '공부'를 시작한 건 첫째가 초2 겨울방학이었는데, 둘째는 초1 겨울방학, 셋째는 입학과 동시에 했어요. 저는 둘째, 셋째도 초2 겨울방학 때부터 공부를 시키고 싶어 했는데, 공부를 많이 하는 첫째가 주말에 받는 게임 시간이 제일 많으니, 동생들도 "나도 공부 더 하고 게임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하고 공부 시간을 늘려달라고 졸라서(?) 공부 시간을 늘려주었습니다. 막내는 공부를 더 하고 게임 시간을 늘리고 싶다고 계속 요청하고, 저는 고민 중입니다. 막내가 워낙 외적 보상에 대한 반응이 커서, 그 부분을 계속 강화시키는 게 걱정이라서요. 막내만 영어 공부가 50분인 이유도, 리딩게이트 포인트를 쌓아서 학교에서 주는 스티커를 받으려고 그러는 거랍니다.




하버드를 가든, 서울대를 가든, 대학을 안 가든 공부는 당연히 하는 겁니다.


저렇게 공부해서 서울대를 갈 수 있나?

제 생각에... 저렇게 공부해서는 당연히 못 가지 않을까요? ㅎㅎㅎㅎ

하지만 집공부는 멈추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건 효율이 떨어지니, 중고등학생 때 진짜 가고 싶다면 그 목표를 위한 공부가 필요하겠죠. 지금은 특별한 목표(학원의 레벨테스트 통과나 특정 학교 진학을 위한 공부 등)를 위해 공부하는 건 아닙니다. 학원에 안 가니 레벨테스트를 볼 일이 없고, 학원 숙제도 없고, 통과해야 하는 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니 지금 정도의 공부를 꾸준히 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초등 시험 점수(단원평가 등)는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척도로 활용합니다. 또, 집공부는 돈이 거의 안 들기 때문에 (화상영어는 주 2회 월 6만 원 정도입니다.) 저는 대학을 안 간다는 말 앞에서도 "그래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마음의 여유 아닐까요. 학원비가 안 드는 삶은 확실히 여유롭습니다.


저도, 아이들도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입시에도 관심이 생기겠지만, 입시와 관계없이 꾸준히 공부를 하는 이유는, 초등 시절의 공부 습관과 공부에 대한 정서, 태도가 평생의 삶에서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만둘 수 없는 마음』의 김가지 작가님 주간 일정표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 우리 아이들이, 언젠가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면서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래에 대한 한 조각의 그림을 더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김가지 작가님은 10년 차 청소부로, '청소하는 N잡러 작가'라고 본인을 소개하셨어요. 만화 및 일러스트가 많은 책이라 와닿았던 내용의 텍스트만 공유합니다. (그림은 저작권 때문에 공유하기 조심스럽네요. 텍스트로 된 인용문도 저작권의 문제가 있다면 삭제하겠습니다.)

<적당히 일하는 삶>
(청소일 전에 인턴으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막연하게 잘 벌고 싶었다.
'막 한 달에 천만 원 벌고 그러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인턴의 월급은 작았고 여유는 대단히 성공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신기루 같았다.
돈에게 패배감을 느꼈고 미래가 무서웠다.
그러다 운 좋게 청소일을 만나 억척같이 일했던 우리는 (작가님과 엄마)
대단히 성공하지 않아도 적당한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대출받아 집도 마련)
부자가 아니어도 스스로가 여유로울 수 있는 삶을 알아갔다.
그때부터 노동 시간을 줄였다. (주 6일->주 3일)
더 이상 돈에게 패배감이 들지 않았고 일은 거대한 자아에서 삶의 한 조각으로 치환됐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리하는 삶은 지양하게 됐다.
나의 품에 맞는 일을 하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하는 삶
노동을 숭배하는 세상에서 적당한 노동을 찾아가고 있다. (오후 2시 퇴근 후 낮잠)
'일만 있는 삶'이 아닌 '일도 있는 삶'으로 말이다.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면서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나가는 작가님의 모습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책임감 있게 살면서, 좋아하는 일을 지속했으면 좋겠습니다.


재능이 없어도, 유명하지 않아도, 방법을 찾아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내갈 수 있기를.

돈이나 남들의 시선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에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쓰면서 살아가지 않기를.

언제나 내 마음을 살피고 보듬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그렇게 살아간다면 먼저는 스스로가 행복하고, 다음으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행복과 여유가 흘러갈 것입니다. 그것이 성공이고 잘 사는 삶 아닐까요?


초등집공부의 목표는

입시의 성공이 아니라

인생의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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