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시칠리아 여행기

by 신순영


고백하자면 내가 이렇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고 하면 내게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나는 바로 스튜피드가 된다.

나의 모든 여행의 성패가 거의 구글맵과 검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여권이나 현금보다 우선순위다.


내가 쓰는 아이폰은 13은 c타입 충전선을 지원하지 않는다.

아이폰 전용 충전선을 써야 한다.

아이폰을 쓰지만 정말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다.

나는 두 개의 충전선을 들고 왔는데 끝이 c타입인 선은 고속충전기와 연결하는데 쓰고 끝이 usb인 것은 보조배터리와 연결하는데 쓴다.

그중 고속충전기와 연결하는 선이 망가졌다.

라구사의 거리를 걸으면서 핸드폰가게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결국 숙소주인이 자신의 차로 충전선을 살 수 있는 가게까지 데려다줬다.

문제는 아이폰매장이 아닌 잡다한 물건을 파는 중국가게였다는 점이다

정품이 아닌 호환제품을 샀다가 아이폰이 액세서리 연결을 못해 낭패를 당한 경험이 있어 정품을 사고 싶었다.

아이폰매장을 물어 20분을 걸어 커다란 쇼핑몰에 갔다.

아이폰을 비롯 여러 핸드폰을 파는 매장에서 끝이 c타입으로 끝나는 아이폰충전선 정품을 사고 싶다고 했다.

직원이 물건을 가져오더니 보여준 문구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위한 이라고 쓰여 있는 걸 정품이라고 착각했다.

끝이 c타입으로 끝나는 것을 확인하고 사가지고 나왔다.

오랜만에 화려한 쇼핑몰 구경이나 해볼까 하며 쇼핑몰을 돌다가 진짜 아이폰매장을 만났다.

들어가서 충전선을 찾아보니 내가 산 것과 달랐다.

그제야 확인해 보니 내가 산 건 이태리에서 만든 호환제품이었다.

나는 물건을 사고 막 영수증을 버린 참이었다.

난 버리는 걸 정말 잘한다. 버려야 할 것도 잘 버리고 버리지 말아야 할 것도 잘 버린다.

한 번은 왕복버스표를 샀는데 올 때 쓰고는 바로 버려 돌아가는 버스표를 다시 산 적도 있다.

나는 쓰레기통을 찾아 버린 영수증을 챙겨 가게로 찾아가 혹시 환불이 되는지 물어봤다.

돈으로는 환불이 안 되고 물건으로만 교환이 된다고 해서 마침 바꾸려 했던 케이스로 바꿨다.

마침내 아이폰매장에서 정품을 살 수 있었다.

끝이 c타입으로 끝나는 걸 달라고 하며 물건을 집었더니 내 아이폰 사양을 물은 직원이 그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응?

가만 보니 내가 고른 것은 양쪽이 모두 c타입으로 끝나는 선이었다.

내가 필요한 건 한쪽은 아이폰전용, 한쪽은

c타입으로 끝나는 것이어야 했다.

그러고 보니 방금 내가 샀던 선은 양쪽 모두 c타입으로 끝나는 선이었다.

그대로 숙소로 갔다면… 생각도 하기 싫다.

버스노선도 모르고 택시도 안 잡히고 물도 안 나와 머리도 못 감고 이걸 하나 사겠다고 오전을 다 써버린 참이었다.

오전에 걸은 걸음만 만 보가 넘었다.


남편은 늘 두 번 세 번 확이하라고 내게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실은 그래서 나름 엄청 조심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실수가 반복된다.

마침 남편은 아래 여동생이 김장용 절임배추를 자기 남편 회사로 배송시켜 남편이 가져다준 일이 있었다.

내 동생의 남편과 나의 남편은 같은 회사를 다닌다. 하필 그날 동생 남편은 아파서 집에 누워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사정을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다.

아마 남편은 여전히 모르고 있을 것이다.

끝까지 몰라야 한다.


내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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