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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Jan 10. 2024

남동생과 떠나는 여행

상처 입은 영혼과 동행하기


남동생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어디쯤에 걸쳐있다.

운이 좋았으면 정상적인 삶을 충분히 살 수 있었을 거라고 믿는다.

불행히도 동생은 그다지 운이 좋지 않았다.

학창시절 당한 학교폭력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가능성을 박살 냈다.

동생은 어쩌면 영구히 회복될 수 없는 내상을 입었다.

영혼은 파괴되고 일그러져서 아주 괴상한 것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반짝이는 조각들이 보인다.

아름답고 찬란하고 빛났던 영혼의 조각들이.


동생은 매일 힘들게 시간을 버틴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끼지 못한다.

이쪽도 저쪽도 벽이 높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행복하고 싶어 애를 쓴다.

나는 그 노력에 아주 작은 보상을 생각하다가 같이 여행을 떠났었다.

매 년 가까운 나라를 한 달 정도 같이 여행하며 다양한 삶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다른 상처 입은 사람들도, 상처를 입었음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그러다 내가 병이 들었다.

병에서 회복하니 코로나가 터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동생과 여행을 못 간 지가 6년쯤 되었고 태국을 같이 여행한 지는 10년이 되었다.

그 사이 동생에게도 내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는 다시 동생과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아주 오랜만에 동생과 태국 여행을 시작했다.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다.

동생은 설레고 긴장되어 떠나기 전날 제대로 잠도 못 잤다고 했다.

나는 마치 처음 동생과 여행하는 기분이다.

전에 어떻게 같이 다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건 다 지난 시간이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동생이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잠시 아주 충만하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마음의 상처가 조금 더 아물고 빛나는 추억이 그 자리에 촘촘히 박혔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가능하면 동생을 담아 오고 싶다.

나중에 들여다보고 같이 얘기할 장면을 담아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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