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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Jan 12. 2024

진짜 미소

상처입은 영혼과 동행하기


동생은 잘 웃지 않는다.

언제나 부루퉁한 얼굴이다.

심지어 좋을 때도 잘 웃지 못한다.

진짜 좋은 게 맞는지 즐거운 건지 표정만 보면 알아채기 어려울 때가 많다.

매일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고 별다를 것 없이 방 안에 틀어박혀 사는 일상이 너무 지루해 동생은 종종 왜 시간이 이렇게 느리게 가냐고 하소연을 한다.

마음을 조금만 바꾸면 얼마든지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음에도 동생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쩌면 방법을 모를 수도 있지만 사실 세상의 벽이 만만치 않게 높기도 하다.

여행을 나오면 동생이 진심으로 행복해서 즐거워서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

가끔 아주 마음이 편안하게 릴랙스 된 상태에서 동생이 웃을 때 동생이 얼마나 예쁘고 밝고 고운 표정을 갖고 있는지 깨닫는다.

가끔 동생이 진짜로 웃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하다가 진짜 웃음을 보면 마음이 저릿하다.


첫날 동생의 시간과 공간은 엄청난 밀도로 흘렀다.

거리를 걷고 마사지를 받고 좋아하는 과일과 음식을 먹고 배를 타고 사원을 아주 오래 구경했다.

화려하고 세련된 쇼핑몰에 있는 귀신의 집도 보고 관람차도 탔다.

피곤해서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좋아하는 것이 나오면 눈을 비비고 집중하며 보고 또 봤다.

알고 보면 동생은 사원이나 유적지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모험도 하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 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주 오래 바라보고 저장하고 기억한다.

겨우 하루가 흘렀는데 동생은 벌써 할 얘기가 많다.

할 얘기를 아주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지루한 시간에 꺼내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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