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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Jul 24. 2020

늘 새롭지는 않겠지만

여행 이야기 - 러시아


내가 피카소의 푸른색과 샤갈의 푸른색 사이의 간극과 고갱의 원색과 마티스의 원색 사이의 유사성과 고흐의 붓 터치와 르누아르의 붓 터치 사이의 차이점을 생각하며 그림과 그림 사이를 거닐 때 그녀들은 쏟아지는 잠 속에서 잠깐잠깐 꿈속을 거닐었을까?

짧은 여행을 하며 보는 풍경과 매일 살면서 보는 풍경의 감흥이 다르고 어쩌면 다시 못 볼 그림 앞에 선 여행자의 마음과 내일 일하러 나오면 종일 그림 앞에서 서성이거나 앉아 있을 그녀들의 마음이 같을 순 없으리.
옆에 마티스의 멋진 그림이 걸려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라.
퇴근을 두어 시간 앞두고 지루한 기다림 속에 쏟아지는 잠을.

일상의 반복되는 풍경이 내게는 무덤덤해도 누군가의 눈에는 새롭고 신기하고 놀랍고 흥미로우리.

내 주변의 사소하고 별 것 아닌 것들이 누군가의 마음에는 새로운 감흥을 일으키고 삶의 생기를 찾아주는 것이 되기도 할 터.

그렇게 생각하면 일상이 내게도 새로울 수 있겠다.

새롭고 낯선 풍경을 찾아 여행을 갔다 돌아와 익숙하고 편안한 풍경을 마주하면 발이 땅에 닿은 것 같은 안도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가끔 바람처럼 떠나기는 하나 내가 얼마나 근사한 풍경 속에 살고 있는지, 그 풍경 속에 얼마나 따듯하고 정다운 사람들이 있는지 잊지는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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