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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Jan 14. 2022

그래 엄마를 부르면 되겠네

드로잉에 빠진 여자

선물로 받은 프라이팬이 있는데 나는 필요가 없어 당근 마켓에 올릴까 한다고 자매들이 있는 단톡방에 글을 올렸더니 둘째 여동생이 마침 친정엄마가 낡은 프라이팬을 바꾸고 싶어 한다고 알려왔다.

그래 엄마에게 드리면 되겠네.


시댁에서 가져온 커다란 늙은 호박 반쪽으로 호박 수프를 한 솥 끓여 놓고 남은 반쪽은 어떡하나 하다가 그래 엄마에게 드려야겠다.

호박죽 끓여 드시라고 해야지.


지인이 제주에서 콜라비 한 상자를 보내왔다.

또 다른 지인은 삼겹살과 목살을 한 상자 보냈는데 열어 보니 600그램짜리가 6팩이나 된다.

이 많은 걸 다 어떻게 먹나?

그래 엄마를 오라고 해야겠다.

가까이 사는 여동생도 나눠 주고.


그런데 친정에서 내 집까지는 너무 먼데 이런 걸 가져가라고 엄마를 오라고 하면 힘들지 않을까?

엄마와 매일 통화를 둘째가  말은 전한다.

언니, 엄마는 딸들이 불러야 외출할 일이 생기지.

부르면 좋아하셔. 전화해봐.

하필 날도 추워졌는데 엄마는 아랑곳 않고 오시겠다고 한다.

그럼 점심은 지난번 엄마가 맛있게 드셨던 갈치조림을 먹자.

지난번에는 절반만 먹고 절반은 포장해서 아빠랑 같이 저녁으로 드셨는데 이번에는 아빠랑 드실 것을 따로 주문해서 포장해 가고 마음껏 드시게 하자.


엄마는 점심을 맛있게 드시고 가져온 캐리어에 내가 챙겨 준 것을 차곡차곡 담았다.

오신 김에 안 먹고 방치 중이었던 두유 10팩, 안 먹는 대추 한 봉지, 사과즙도 몇 개, 홍삼 티백도 몇 개 챙겨 드렸다.


엄마 무겁겠다.

아녀 괜찮아.

바람이 찬데..

아녀 괜찮아.

무거워. 역까지 내가 끌고 갈게.

아녀 괜찮아.


바리바리 싸들고 내가 움직이는 게 옳은 일이겠으나 딸들 사는 데 오가는 것 말고는 나의 엄마는 만나는 친구도 없고 외출할 일도 없다.

엄마만 괜찮으면 콧바람이나 쐬게 한다는 핑계로 일부러 부른다. 점심을 사드리고 용돈을 드리고 이런저런 것들을 들려 보낸다.


역 앞으로 마중 나와 있을 아빠를 만나 엄마가 큰딸 만난 별거 아닌 얘기를 하며 집으로 갈 풍경을 그려본다.

씩씩한 최여사, 나의 엄마. 오래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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