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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Jul 07. 2022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 매 순간 처음처럼

여행이야기


10년 넘게 혼자 배낭여행을 하면서 여행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새로운 여행지는 늘 설레고 기분 좋은 긴장감과 즐거움을 주었지만 처음 배낭여행을 시작했을 때의 강렬한 떨림을 나갈 때마다 느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오지나 위험한 지역이 아니면 언제든 어디라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즈음 코로나가 터졌다.

그리고 속절없이 2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나의 관심이 여행에서 그림으로 상당 부분 옮겨가기는 했지만 슬슬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너무도 간절하게 다시 여행이 하고 싶었다.

어디라도 좋을 것 같았다.


실은 산티아고순례길을 순례자가 아닌 여행자로 두 달쯤 걸어보려 했었다.

매일 유튜브 방송을 찾아보고 카페를 들락거렸다.

마음으로는 이미 순례길을 다 걸어 본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여행기를 찾아봤다.

남편이 말렸다. 남편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말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 체력과 몸 상태를 고려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결과적으로 남편이 옳았다.

남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면서 여행을 나가고 싶지는 않다.

나의 여행은 남편의 창문이기도 해서 근심스러운 마음으로 창문 밖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게 마지막 여행이라면? 하는 마음으로 여행지를 선택했다.

그곳이 아이슬란드였고 영국은 일종의 덤이었다.


​에든버러에 도착했을 때 내 마음은 마치 처음 해외여행을 나온 사람 같았다.

어디를 가든 뭐를 하든 좋았다.

비가 오고 흐린 날씨도 좋았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봐야 하는 성이나 성당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낯선 곳의 냄새, 건물, 골목길의 풍경, 질감이 다른 햇살과 바람, 그런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삼스러운 감각이었다.

에든버러는 설렁설렁 돌아다니기 딱 좋은 크기의 도시였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인데도 그랬다. 첫 도착지가 런던이 아닌 것은 참 다행이었다.

워밍업을 하듯 온 몸의 감각을 끌어 올리기에 딱 좋았다.

서서히 내 몸의 여행 세포를 깨웠다.

나는 마치 처음 세상을 본 사람처럼 온 감각을 총동원했다.

즐거웠고 행복했고 무엇보다 감사했다.

코로나가 많은 것을 앗아 갔지만 일상의 평범하고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이나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의 가치를 깨닫게 해 준 것만은 분명하다.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 느긋하게 떨어지는 햇살과 장난치듯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며 낯선 장소가 주는 신선함에 매료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의 세포가 간질거렸다.


​1박 2일 에든버러를 벗어나 스코틀랜드의 북쪽 하이랜드 투어를 했다.

스코틀랜드의 진짜 매력은 하이랜드에 숨어 있었다.

아웃랜드 같은 드라마의 배경은 모두 하이랜드였고 투어 중에 드라마 배경지를 몇 곳 둘러볼 수 있었다.

내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스코틀랜드의 풍경이 그곳에 있었다.

난 홀린 듯이 넋을 잃고 바라봤다.

날씨가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 스코틀랜드 다웠다.

눈을 감고 그 순간을 떠올리면 지나쳐간 하이랜드의 풍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숙소에 돌아와서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바라봤던 풍경 하나를 그림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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