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남편의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아마 자기 전 내가 등을 긁어 줄 때가 아닐까 싶다.
내가 등을 긁어 줄 때 남편은 나의 사랑을 확인하는 게 틀림없다.
시원하게 긁어주면 만족스럽게 잠이 들고 대충 긁어주면 끙끙대며 투덜거린다.
남편이라 쓰고 아들이라고 읽을 때가 많다.
흑단으로 된 등긁개를 주문해 줬는데 끝이 뭉뚝해서 시원하지가 않단다.
술 약속이 있는 날은 되도록 먼저 전화를 줄 때까지 전화를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 늦도록 전화가 오지 않으면 속이 탄다.
술을 많이 마신 날 남편은 꼭 침대와 창문 사이 좁은 틈으로 들어가 아주아주 불편하게 잠을 잔다.
그래도 무사히 잘 돌아와 줘서 감사했던 하루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