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주말 아침은 라면을 먹을 수 있는 날이다.
위암 수술 이후 인스턴트 라면은 거의 먹지 않는데 주말 아침, 남편이 끓여준 라면은 먹는다.
실은 계란이 주인공이고 라면은 거들뿐이다.
삶은 계란의 노른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흘러내리는 반숙도 좋아하지 않는다.
테두리만 살짝 꾸덕하고 가운데는 찰랑거리는 반숙을 좋아한다.
인정한다.
계란에 한해 나는 매우 까다롭다.
이 어려운 걸 남편이 한다.
주말 오전에 남편은 내가 딱 좋아하는 상태의 반숙계란을 삶고 짜왕 하나를 끓인 다음 나를 깨운다.
그럼 나는 계란을 반으로 잘라 노른자 상태를 확인한 후 소금을 조금 쳐서 먹는다.
그리고 촉촉하게 소스가 섞인 짜왕을 먹는다.
어떤 날은 국물이 있는 라면을 끓이고 깨운다.
라면 안에 풀어지긴 했지만 국물과 섞이진 않은 계란이 들어있다.
계란을 골라서 먹고 라면 몇 가닥을 먹고 국물을 조금 먹는다.
이런 날 내가 먹는 것은 라면이 아니라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