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유독 잠이 안 오는 밤이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문제가 있을 때 특히 더 그렇다.
생각은 낮에 뭐 하고 있다가 자려고 눕는 순간 기운차게 일어나는지 모를 일이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며 생각의 꼬리를 따라가다 보면 남편 출근시간이다.
늦게 일어나서 종일 축 늘어져 있다가 퇴근하고 온 남편과 저녁을 먹고 늦은 산책을 나갔다.
난 산책이라 생각했는데 남편은 운동이었단다.
50분 걷고 방전.
아이스커피와 아이스크림으로 에너지를 충전했으니 아무래도 오늘 밤도 일찍 자기는 글렀다.
산책하는데 남편이 흥얼흥얼 동요를 부른다.
부엉 부엉새가 우는 밤
부엉 춥다고서 우는데
우리들은 할머니 곁에
모두 옹기종기 앉아서
옛날이야기를 듣지요.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로 시작하는 노래는 알지만 처음 듣는 가사라고 했더니 음악책에 나온 동요라고 한다.
남편은 어려서 배운 노래가사를 아직도 기억한다.
난 …. 배운 기억이 없다 고 우겼다.
2절 가사는 생각이 안 난다며 집에 와서 검색을 했는데
내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가사 속에 있었다.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동화 같다.
붕붕 가랑잎이 우는 밤
붕붕 춥다고서 우는데
우리들은 화롯가에서
모두 올망졸망 모여서
호호 밤을 구워 먹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