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결혼 25년 차쯤 되면
과자를 먹겠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한 것은
과자를 먹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당장은 생각이 없지만 과자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거나,
과자 먹는 걸 보면 먹고 싶어질 수도 있다거나,
때로 아니란 말은 부정이 아니라 숨겨진 강한 긍정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간파한다거나,
저녁 먹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티브이를 보다
내가 ‘추워’라고 말한 것을
밥 먹고 졸린데 소파에 그냥 눕기에는 추우니까
방에 가서 베개와 이불을 가져다 달라는 말인 줄을 알아채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래도 가끔 깜짝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