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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Sep 15. 2023

내공의 힘

그림일기

결혼 25년 차쯤 되면

과자를 먹겠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한 것은

과자를 먹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당장은 생각이 없지만 과자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거나,

과자 먹는 걸 보면 먹고 싶어질 수도 있다거나,

때로 아니란 말은 부정이 아니라 숨겨진 강한 긍정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간파한다거나,

저녁 먹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티브이를 보다

내가 ‘추워’라고 말한 것을

밥 먹고 졸린데 소파에 그냥 눕기에는 추우니까

방에 가서 베개와 이불을 가져다 달라는 말인 줄을 알아채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래도 가끔 깜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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