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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Sep 22. 2023

세탁기와 건조기

그림일기

주변 사람들이 건조기를 사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며 하나 장만하라고 했을 때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빨래는 햇빛에 짱짱하게 말리는 맛이지 무슨 건조기냐? 했다.

물론 내 생각이 짧았다.

건조기를 들이고 나서야 이 녀석이 정말 물건임을 알아챘다.

비 오는 날 흐린 날 장마철 상관없이 보송하고 보드랍게 말려주는데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모른다.

빨래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빨래를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옮기는 일이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다.

한참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거나 재미있게 뭔가를 보고 있는데 빨래가 끝났다는 벨소리가 들리면 빨래가 알아서 건조기로 들어갔으면 싶다.

세상에 이게 말이나 되나 싶은데 그렇다.


친정 엄마는 냇가에서 손빨래를 하던 시절을 살았다.

건조기를 써본 딸들이 건조기를 사드린다고 해도 한사코 사양하신다.

그 정도 일은 해야 오히려 운동도 되고 좋다 하신다.

젊은 나는 더 편안 것을 찾고 있으니 생각해 보면 참 민망하다.

그러나 어쩌랴. 귀찮은 건 귀찮은 것이라 집에 남편이 있으면 빨래를 건조기에 옮기는 일을 남편에게 넘긴다. 가끔은 꺼내오는 일도 시킨다.

더 필요한 게 있을까 싶다가도 슬금슬금 로봇청소기에 관심이 가는 걸 보면 어디쯤에서 멈춰야 하는 걸까? 싶다.

생활이 편리해진 만큼 내 삶을 풍부하게 채우고 있는지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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