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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Sep 20. 2023

영화보다 더 좋은

그림일기

26년 만에 잉글리시 페이션트 영화를 다시 봤다.

다음 달 튀니지로 여행을 가는데 가고 싶은 장소가 이 영화의 배경으로 나온다.

어떻게 나왔는지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위험하고 격정적이고 슬프고 비극적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도 그랬다.

영화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 한 사람에 대한 배신과 끔찍한 고통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어떤 사랑은 타인의 비극과 당사자의 비극을 동반한다.

이성이나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 사랑의 속성 탓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비극을 동반한 사랑을 보는 것은

마음이 불편하다.

반면 조연으로 나오는 간호사 한나와 인도인 킵의 사랑은 매우 감동적이다.

킵이 한나를 성당으로 데리고 가 밧줄에 한나의 몸을 고정시킨 후 공중으로 들어 올려 조명탄으로 벽화를 보게 하는 장면은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남편은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비극적 사랑에 극적인 감동을 받지 못한 걸로 보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물어보며 등을 긁어줬다.

남편의 관심은 이미 영화를 떠나 등으로 왔다.

영화보다는 시원해진 등이 더 좋은 게 분명하다.

비극적 사랑 말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나누는 사랑에 더 큰 감흥을 느끼는 건 나이 든 탓이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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