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이사 오고 나서 두 번 정도(아마) 먼저 살던 주소로 잘못 주문을 했다.
한 곳에서 오래 살다 보니 모든 쇼핑몰의 기본배송지로저장이 되어 있던 터라 내 딴에는 새 주소로 주문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두 어번 실수가 있었다.
상대방을 번거롭게 했다는 미안함과 배송지 하나 확인하지 못하는 나의 부주의함 때문에 속이 상했다.
남편은 이런 일이 생기면 나를 외계에서 온 이상한 생물체를 바라보듯 한다.
회사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남편은 이런 일을 상상할 수 없다.
확인과 재확인은 업무의 필수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게 주문하는 일에만 끝나지 않는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내가 가진 성향, 특성, 기질과도 연관이 되어 있어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띤다.
나는 이것을 넓게는 서로 다른 부분으로 받아들여 다른 영역에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의 실수에 관대한 편이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범위가 넓다.
남편은 좀 다른 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내 안전에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영역에 있어 매우 예민하다.
남편과 산책할 때 나는 남편을 보고 남편은 길을 보는데 남편은 내가 주변의 차를 잘 살피지 않는 것을 답답해한다.
나는 주로 남편과의 대화나 분위기에 집중해 있는데 남편은 아닌가 보다.
그 부분이 서운할 때가 있는데 대부분은 남편의 지적을 받아들인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고 내가 안전해야 하니까.
가끔 막내 여동생네 집으로 새벽배송을 시켜준다.
막내가 몸이 약하고 맞벌이하면서 애 둘 키우느라 늘 고생하는 게 마음이 쓰여서다.
막내여동생에게 주문을 하고 나서 배송지변경을 안 하고 물건을 주문했다.
나한테로 와야 할 물건이 동생한테 갔다.
누가 먹어도 되지만 남편의 반응은 또? 였다.
마켓컬*은 주문할 때마다 배송지를 바꿔줘야 한다.
저절로 기본배송지로 돌아가지 않는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물론 당연히 그렇다.
주문할 때 배송지확인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서 내가 이런 실수를 할 때마다 남편 앞에서 한없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모를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은근히 많다는 것을.(제발 그렇다고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