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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Sep 25. 2023

같이 놀까?

그림일기

경계성지능장애인 내 동생은 친구가 없다.

늘 혼자 논다.

왕따와 폭력과 놀림과 조롱으로 가득 찬 학창 시절을 끝내고 스물이 되던 날, 다시 10대로 돌아가 자신을 가둬버린 동생은 이 세계에도 저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 채 세상의 어느 변두리를 서성이고 있다.

한 번 잃어버린 시간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과거에 자신을 가두면 현재의 삶을 살 수가 없다.

동생의 현재와 미래는 모두 과거에 먹히고 있지만 동생은 그걸 모른다.


동생은 가끔 밖에 나긴다.

나가서 혼자 걷고 혼자 먹고 혼자 영화를 본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마치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인 양, 마치 외롭지 않은 양 시간을 보내다 들어온다.


가끔 그 시간에 동참한다.

같이 길을 걷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영화를 본다.

달라지는 건 없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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