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핸드폰으로 짧은 영상만 한 시간째 들여다보고 있는 남편에게 한 마디 했다.
그게 그렇게 재밌어?
같이 앉아 있는데 나 좀 그렇게 봐봐.
마누라는 쳐다도 안 보고 말이야.
남편이 나를 쳐다봤다.
뚫어져라 지그시 빤히 쳐다봤다.
5초가 지났다.
그만 봐라.
10초가 지났다.
그만 보라고.
15초가 지났다.
더 보면 맞는다.
남편이 다시 핸드폰을 보기 시작했다.
우리 사이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두 손은 다을락 말락 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앉아 나는 티브이를 보고 남편은 핸드폰을 보며 각자 편하게 쉬는 시간.
아… 행복하다.
남편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남편이 머리를 쉬는 시간이다.
어느 정도는 그냥 두어야 한다.
머리를 식히지 않으면 힘든 회사일의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렵다.
나는 가끔만 힐긋 바라봐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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