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여행기
머리에 불안을 얹고 사는 삶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늘 불안을 응시해야 하는 삶에 대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살아 꿈틀대는 화산.
깜깜한 밤에 고개를 들면 멀리 붉은 용암이 치솟는 게 보이는 곳에서의 삶에 대해.
어느 날 갑자기 지진이 나고 화산이 폭발하고 해일이 밀려와 일상의 삶이 소멸되어 버리는 상상을 하다 멈췄다.
이들은 위험에 대해 생각하지 않겠구나.
불안을 이고 살지 않겠구나.
매 순간 불안을 의식하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니까.
머리에 핵을 짊어진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 위험도 자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불안은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 것일까?
무섭게 노려봐야 할까?
슬쩍 곁눈질해야 할까?
질끈 눈을 감아야 하는 것일까?
나는 내 삶의 불안을 지긋이 응시한다.
그 불안이 내 어깨를 짓누르면 가만히 견딘다. 그러다 못 견디겠으면 버린다.
운명아 네가 알아서 해, 난 그저 살아볼 테니, 하는 마음이랄까?
에트나화산을 멀리서 응시한다.
모르는 일이지. 저 화산도 인간을 응시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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