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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소묘 May 17. 2022

‘그림책을 소비한다는 것’

_문화소비자가 아닌 문화향유자로 살고 싶은 그대에게

-거기에서 그냥 읽어

-빨리 읽어

-짧으니까 서서 읽어

-빨리 읽고 가자

-너 이 책 사서 한 달 동안 매일매일 읽을 거니?     



 그림책을 두고 아이들과 부모들의 실랑이가 이어진다. 사달라는 아이와 좀 더 신중해야만 해를 외치는 부모들 속에서 내 귀는 그들의 대화 사이를 오가느라 바쁘다. 대화는 대부분 부모의 설득과 회유 혹은 협박으로 일단락되기 일쑤여서 싱겁게 막을 내린다. 서점에서 알게 된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책을 엄청나게 신중하게 고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신간 중에서 사서 두고두고 읽을 만한 책인지, 내용은 나의 취향과 잘 맞는지, 작가의 성향은 어떤지, 그의 전작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등.


 그렇다면 그들에게 그림책은 사서 읽을 만한 가치가 얼마나 있을까?


 그림책은 대략 40~50페이지가 보통이다. 당연히 30페이지 정도인 그림책들도 다수 있고, 심지어는 글자가 아예 없는 그림책도 많다. 휘리릭 휘리릭 몇 줄기의 선 그림으로 무심하게 페이지를 채우거나, 내용이라고 해봐야 10분 이내로 다 읽어버릴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이다.


  만약 우리가 귀엽기만 한 무민밸리를 탄생시킨 ‘토베 얀손’이 열렬한 평화주의자이며,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아스트 리드린드그랜’은 열정적인 사회활동가, 피터래빗을 그린 ‘베아트릭스  포터’가 평생을 환경보호에 헌신한 환경 운동가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림책의 내용이 짧다는 이유로 사서 읽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아이들에게 얼른 읽어버리라고 하거나, 서점에 선채로 글자만 읽고는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불꽃같은 삶에의 열정을 알게 된다면, 그림책은 곱씹어 되풀이해 볼수록 진한 맛이 나는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애정을 가지고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는다면 좋지 않은 그림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토베얀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베아트릭스 포터

 지금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빠른 속도 때문에 새로움 속에서조차 새로움을 찾기 어렵고, 그 속도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각자의 고군분투가 이어지는 중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늦기 전에 빨리 소비하자는 생각으로 가다 보면 우리는 소비자로 남을 뿐이다. 유년기에 읽은 좋은 책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짧게 읽어 버리고 소비되는 시간들 속에서 아이들에게 ‘머뭇거림’이라는 시간을 할애한다면 아이들은 그림책 소비자가 아닌 그림책 향유자가 될 것이다.


  그 길잡이는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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