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2주간의 기다림, 그리고 세 가지 등산 계획

by 온결


몇 주간 등산을 가지 못했다. 5월 연휴에 진주에 다녀온 것이 아내에게 부담이 된 듯했고, 아내가 안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상하게도 주말만 되면 날씨가 흐려져, 마치 하늘이 나를 시샘하는 듯했다. 목요일 저녁부터 흐려진 날씨는 주말만 되면 비가 오거나 맑은 날에도 태풍처럼 바람이 불었다. 결국 2주간 수업도 못 가고 주말 등산도 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지나가려 했지만, 이번만은 안 될 것 같았다. 이번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등산 코스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누어 만반의 준비를 했다.

1. 맑은 날의 경우(가장 이상적): 우선 목표는 문수산 정상. 폭포를 지나 정상에 오른 후 영취산과 영축산을 거쳐 망해사로 내려와 점심시간에 맞춰 아내와 딸이 마중 나와 함께 외식을 하는 코스로, 가장 이상적인 코스이다. 물론 아내도 딸도 모두 동의한 내용이다.


2. 전날 비가 온 경우: 계곡 길 대신 천상천 호수를 지나 문수산 정상으로 등산한 후 망해사로 하산하는 코스. 코스를 거쳐 문수산 정상으로 등산 후 영축산을 거쳐 망해사로 가는 것이다. 이 길도 나쁘지 않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계곡을 거치지 못할 뿐이지만, 이것도 충분히 좋다.’

3. 당일에도 비가 오는 경우: 천상천 호수를 지나 문수산 등산 코스를 거쳐 정상이 아니라 산 능선을 옆으로 빠져 안전하게 내려오는 코스이다. 비가 와도 비교적 안전하게 등산할 수 있는 코스로, 천상으로 바로 내려오는 길이다. 몇 주간하지 못한 등산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단,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못 간다.

당일 새벽 6시, 일어나자마자 베란다로 향했다.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지만, 산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예전 야간 산행 수업에서 산안개가 끼면 위험하다고 하셨다. 지난번 야간 산행 실기 수업 때 산안개가 낀 날, 선생님과 함께한 경험이 있다. 밤이라 어두운 것은 둘째 치고, 산안개가 끼니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도 가시거리가 2~3미터 정도였는데, 하물며 오늘은 혼자 하는 것이라 조금 걱정이 되었다.


우선 몸을 씻고 잠시 안개가 그치길 바라며 기다리기로 했다. 아침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약 한 시간 정도 흐른 후 어느덧 산안개는 없어지고 있었고, 나는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섰다. 오늘의 등산 코스는 두 번째 시나리오로 하기로 했다. 계곡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니, 계곡 옆길로 등산해 보기로 한 것이다. 각 지점을 몇 가지 코스로 나누고 1코스 지점을 향해 지도를 보며 이동했다. 길은 비가 온 뒤라 걷기 힘들었지만, 등산 계획을 세우고 2주가 지나서야 가게 된 등산이라 너무나 좋았다.

아내와 딸과는 12시 30분까지 청량 농협 안쪽 정자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그때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느긋하게 즐길 것이다. 각 코스로 이동하는 동안, 그 지점이 맞는지 지도를 보며 현재 나의 위치를 찾아 지도에 표시했다.


현재 위치 찾기에는 나침판보다 위도와 경도로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했다. 나침반은 사방이 나무로 막혀 있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폰에서 내 위치를 캡처해 아내에게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는 다시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위해 지도상의 위치와 나침판으로 방위를 확인하며 이동했다. 역시 먼 거리는 방위 확인도, 정확한 위치 찾기도 어려웠다. 가까운 곳 중에서 시야 확보가 되는 지점까지, 나침판으로 방위를 찾아 이동했다. 예상보다 조금 더 걸리기는 했지만 재미있는 등산이었다.

등산을 시작한 지 2시간 30분이 지나자 몸이 이상하게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짜증 섞인 소리가 나왔다. “왜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 거지?” 하는 순간, 예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열사병과 일사병의 차이가 떠올랐다. ‘내 몸에 열이 차는구나, 빨리 열을 식혀야겠다.’


나는 즉시 배낭의 벨트를 풀고 티셔츠를 걷어 올린 후 모자를 벗고, 그늘을 찾아 3m 정도 떨어진 나무 그늘 사이로 들어가 배낭을 벗고 물을 마시며 쉬었다. 가져간 포도당도 먹기 시작했다. 비가 온 뒤라 날이 더운 데다 습하기까지 해서 몸이 더 빨리 지치는 것이다.

잠시 후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자 다시 기운이 났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지도를 펼쳤다. 휴대폰으로 현재 위도와 경도를 확인하며 지도에 표시해 보았다. 나는 어느새 정상에 거의 다 와 있었다. 지도상 거리를 계산해 보니, 위치에서 정상까지 약 20분 정도 남았다.

“카~~ 놀랍다! 내가 그걸 알아내다니!”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에 혼자 웃고 떠들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정상에 올라가서 밥을 먹을까, 아니면 여기서 먹을까?” 예전이었다면 목적지가 정상이었기에 무조건 올라가서 밥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목적지가 정상이 아니므로 별 의미가 없었다. 단지 정상은 내 목적지를 향해 가기 위한 코스일 뿐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집에서 가져온 라면과 밥을 꺼냈다. 봉지 그대로 뜨거운 물을 부어 잠시 기다렸다가 말아먹었다. 혼자 산에서 앉아 먹는 라면은 너무나도 맛있었다.

그렇게 아침 겸 라면을 먹고 다음 코스를 향해 출발했다. 정상을 지나 영축산 갈림길에서 망해사에 도착했다. 망해사 돌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사찰 푯말을 읽어보았다. 이 절은 9세기경 신라 시대와 처용에 얽힌 이야기가 새롭게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이렇게 오래된 절이라니 새삼 놀라웠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절에 있는 약수 물을 받아 들고, 아내와 약속한 장소로 다시 걸어갔다.

물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몸이 좋지 않은 아내에게 산의 맑은 물과 부처님의 영험함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것이 내가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나만의 등산을 즐기고 내려와 정자에서 지도를 보며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내가 오늘의 등산 코스를 지도에 하나하나 다시 연결하면서, 달라진 내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시간은 12시 15분. 아직 약속 시간까지 15분 남았다. 나는 아내와 딸이 오기 전에 더러워진 등산화와 스틱을 닦고, 얼굴과 몸을 단정히 하며 티셔츠도 갈아입었다. 몸치장을 끝내자, 때마침 아내와 딸이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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