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낸 길, 말이 남긴 발자국

by 전온유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에게 자꾸 마음이 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사람 마음이 나에게 왔어”

“마음이 오는 걸 봤어”

이런 표현은 거의 쓰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어쩌면 마음이란

누군가가 나에게 던져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시작되어

누군가를 향해 스스로 길을 내며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마음은 늘 ‘오는’ 쪽보다

‘가는’ 쪽의 언어를 더 많이 닮아 있습니다.


마음이 가면 길이 생기고, 그 길을 따라 말과 행동이 뒤따릅니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안부 한마디도

사실은 마음이 먼저 그 사람에게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기에 가능한 말들입니다.


그래서 말은 종종, 마음이 남긴 발자국처럼 보입니다.


그러니 마음이 가는 것을

괜히 붙잡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지나치게 따지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저마다의 마음이

마음껏 ‘가도록’ 내버려 둘 수 있다면,

우리의 관계는 조금 더 편안해지고

조금 더 넉넉해질 것입니다.


마음은 고여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조용히,

어딘가로

가고 있으니까요.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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