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나무 2

엄마에게 기댄 마음의 뿌리

by 온아

엄마의 그늘 덕에 나는 한 사람으로서, 또한 한 아이의 엄마로서 보다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었다.


엄마에게 기댄 마음의 뿌리


몇 달 전, 시어머니는 친정엄마가 옆에 계시는지 알면서도 전화로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모를 분노를 나에게 쏟아내셨다. 기어이 엄마가 듣는 자리에서 내게 “잘못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도록 하고도 멈추지 않으셨다. 마지막 말은 자신의 아들은 괴롭히지 말고 입장 정리해 연락하라였다.

어떤 입장 정리를 바라셨던 걸까.

그 이후로 여러 차례 후폭풍이 있었다.

남편은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저 잘못했다 하고 넘어가자 했다. 그 말에 결국 그동안의 상처가 곪아 터졌다.


모든 것을 지켜본 엄마는 조용히, 담담하게 나에게 이혼을 말씀하셨다. 시어머니와 대면하게 된다면 세상 점잖게 말할 것이라 했다.

“더 이상 내 딸 괴롭히지 말고 그냥 당신 아들 데려가라.”

왜 당신 아들 밥을 내 딸에게 요구하고, 당신 처가 일로 어지러움을 내 딸에게 전이하며, 있지도 않은 일로 억지를 부리는지, 도대체 내 아이가 당신에게 무얼 잘못했길래 그 모든 것을 덮어씌워 잘 살고 있는 한 가정에 분탕질을 하는지 따져 묻고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이미 오래전부터 정리해 온 듯 짜인 멘트를 읊으셨다.


아, 엄마는 강하구나.
다 큰 딸과 손주까지 끌어안고 울지 않고 당당히 맞서실 정도로 강하구나. 나는 스스로 나무가 된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나이 마흔에도 여전히 엄마에게 기대어 있는 바람에 휘청이는 존재였다.


그런 엄마 덕분에 단단히 마음먹고 남편에게 나는 시댁과 연을 끊겠노라 선언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최선책이었다.


한국에서의 어머니상은 다양하면서도 일관된 면이 있다. 남편의 어머니는 나에게 화를 내는 모든 말의 끝에 자신의 아들이 소중하고 사랑해서라 했다.

크게 모남 없이 평범하게 살고 있음에도 며느리의 그 무엇이 마음에 차지 않아 자신의 아들이 피해자고 힘들어한다 생각하시는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결론은 그러했다.


나의 엄마는 나를 사랑했기에 존중하고 기다렸다.

가끔 사위와 다투었음을 알아도

“다 그러며 산다”고

“그래도 네 남편 정도면 못하진 않는다”고

“그만하면 되었다”고

나를 달래고 인내하셨다. 자신처럼 이혼을 선택하는 일은 없길 바라셔서 더욱 그러하셨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된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사랑을 보여주고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나에겐 든든한 나무가 되어준 엄마가 계시기에 그 모습을 따라갈 수 있으리라.


점점 연로해지시는 엄마의 모습에 몇 해 전 엄마와의 여행에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을 떠올렸다. 결혼 전에는 매년 엄마와 여행을 다녔기에 결혼 후에도 당연히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야속한 약속이었다.

시댁에서 벗어나서야 무언가 자유로워졌음을 느꼈다. 스스로 채운 족쇄로 연휴를 온전히 보내지 못했던 지난 5년이었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엄마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기를.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는 엄마와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가야겠다. 새해 설 연휴에는 비행기도 타볼 법하다. 엄마도 나도 아직 가보지 못한 한국의 아름다운 장소들도 너무나 많다.

그러니 지난 일은 이제 그만 털어버리고 현재를 살고 미래를 그려야겠다.


누군가의 집사람, 어느 집안의 며느리가 아닌

엄마의 딸로,

남편의 인생 동반자로,

내 아이의 강하고 현명한 엄마로,

내 삶을 단단하게 채워나가는 한 사람으로 살련다.


그렇게 오늘을 살기로 한다.



당신이 꿈꾸는 보통의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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