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문법으로 쓰임의 가치를 찾아서
아침에 달릴 때 사실 어느 순간부터 뭘 잘 들으면서 뛰진 않는다. 그냥 명상에 가깝게 뛰기 위해서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독 뭔가 들으면서 달리고 싶어서 유튜브를 켰는데 맨 앞에 나온 영상이 EO 채널에서 김태용 대표님과 류중희 대표님과 인터뷰한 것이었다. 한 시간 정도의 길이가 10킬로미터를 달리기에 딱 좋았다. 영상을 듣고 돌아와 씻기도 전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만큼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최근 류중희 대표님께서 퓨처플레이 대표님 자리를 내려놓고 새로운 스타트업 '리얼월드'를 창업한 것이 벤처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간단히 말하면 본인이 만든 VC에서 대표님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다가, 더 큰 혁신을 위해 스스로 자리를 떠나 새롭게 창업을 결심한 것이다. 이에 대한 시각 차이로 일부 논란이 일었다.
영상 속에서 류중희 대표님은 자신의 결정을 설명하며, 특히 "나라는 쓰임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크게 공감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현재 내 능력과 경험이 가장 큰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아는 것은 굉장한 능력이다. 사람은 결국 자기 쓰임의 가치를 얼마나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된다. 단지 능력이 있다고 아무데나 끼어드는 게 아니라, 꼭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 그곳에서 제대로 된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진정한 리더다.
류중희 대표님은 이 결정이 회사를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나는 여기서 다시 한번 진정한 리더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회사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오히려 "이건 나여야만 한다"는 아집을 버리고, 회사를 위해 과감히 물러날 수도 있는 결단력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이다. 이 결정은 류 대표님이 가진 특별한 능력과 용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 영상을 보며 새삼 느낀 것은, 창업가를 넘어 진정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특별함이었다. 류중희 대표님과 김태용 대표님은 평소에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각별함은 단순한 의리 때문이 아니라,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메시지를 세상에 뚜렷하게 관철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진정한 의리란 결국 무조건적인 지지나 편들기가 아니라, 올바른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다.
앉아있다가 한번씩 생각의 꼬리를 물곤 하는데 어느 날 문득 칠판에 뭔가 휘갈겼다. AI 시대라는데 왜 난 스포츠에 집중하고 있지?
A에서 B라는 곳에 도달하는데 추상화의 단계가 높아지면서 기술 자체는 결국 0으로 수렴하도록 발전하고 노력할 것이다. 쉬운 표현으로는
Tesla: "알아서 가줘",
LLM: "빠르게 찾아줘",
AR/VR: "바로 경험시켜줘"
와 같은 것들이다.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렸다. 초기에 AI라는 기술을 바라볼 때 나는 디스토피아적인 시각이 강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경험을 추상화하고 결국 인간성을 침식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 관점에서 나는 더욱 날카롭게 아워심볼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점점 더 깊게 생각할수록 기술을 활용해 오히려 유토피아적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반복 노동 등은 다 기계에 맡겨두고 "인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시대에서, 그걸 더 잘 하고 잘 즐기고 인간 본연의 승부를 낼 수 있는 수단이 스포츠겠다. 이 부분에서 류중희 대표님이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미래에 대한 관점과 내 생각이 닿아 있다는 걸 느꼈다.
작년의 내 깊은 생각을 관통한 단어는 "혐오"였다. 왜 이런 혐오가 발생하고, 그것을 이용해 득을 보는 사람들에 대한 환멸을 강하게 느꼈다. 하지만 올해는 "연민"이라는 단어가 나를 붙들고 있다. 위키에 따르면 연민은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그 고통을 덜어주거나 없애고자 하는 마음"이다.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적극적인 도움을 주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어쩌면 이런 마음가짐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투자씬이나 VC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지는 않다. 이 부분에 대한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은 행동하지 않고 밖에서 말로만 떠드는 사람들이 참 많다. 최근 류중희 대표님의 결정을 두고 아웃스탠딩 같은 곳에서 비판적인 내용을 쏟아냈는데, 솔직히 좋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진짜 행동하는 사람은 계속 행동할 것이고, 본질이 옳다면 이런 외부의 비판자들이 결국 주목받게 해주는 역설적 도움을 주게 된다.
나는 류중희 대표님을 두 번 정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내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적은 없었다. 처음엔 조금 아쉬웠지만, 돌이켜 보면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문제정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내 책임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오히려 더 명확한 내 플레이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만의 문법을 만드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비판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뚜렷하게 전진하는 것, 그것이 나의 일이다. 길을 찾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쓰임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