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타르트 하나에 길들여진 혀의 비극
빵을 사랑하지만, 에그타르트는 내 최애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원조집’이라는 말에는 발길이 끌렸다.
Pastéis de Belém, 그 수녀님들이 비밀의 크림을 발명한 그곳.
‘레시피를 아는 사람들은 절대 같은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는 전설까지 덧붙여져, 아침에 무심히 길을 나섰다.
리스본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벨렝 지구로, 그 ‘전설의 원조집’을 찾아 나섰다.
그냥 한 번 맛보고 오자는 생각이었는데, 그 집 앞에 도착하자 긴 줄이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봉투를 받아 들고는 스타벅스로 도망치듯 들어가 커피를 시키고, 에그타르트를 꺼냈다.
첫 입을 베어무는 순간, 솔직히 눈물이 살짝 고였다.
파삭거리면서도 입천장에 달라붙지 않는 껍질, 그리고 크림은 혀끝에 닿는 순간 뜨끈한 숨결처럼 녹아들었다. 달콤하지만 과하지 않고, 부드럽지만 느끼하지 않은 시나몬과 바닐라의 향이 입안 가득 번졌고, ‘이건… 그냥 빵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한 잔을 비우기 전에, 다섯 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또 감탄스러웠다.
‘이래서 비행기를 따로 타는구나…’
홍콩과 마카오에서 이미 에그타르트를 먹어본 적이 있다.
홍콩은 담백했고, 마카오는 크림이 더 많고 달달해서 내 스타일이었는데…
아, 이건 또 달랐다. 그 깊이와 풍미가, 마치 한 수 위의 어른이 된 맛 같았다.
홍콩은 성실했고, 마카오는 친절했지만, 리스본은…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수도원 구경.
사실 그냥 멀뚱멀뚱 바라보던 벽돌 건물이었는데,
여기가 수녀님들이 에그타르트를 개발한 곳이라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여기서 설탕을 넣고, 반죽을 저었겠지…’
‘혹시 저 벽 뒤가 비밀의 주방일까…?’
…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아니, 성스러운 수도원에서 내가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 거지?'
괜히 혼자 얼굴이 뜨거워져서 허둥지둥 복도를 걸어 나왔다.
리스본 시내에 돌아와서 다른 가게의 에그타르트를 몇 번 더 사 먹었다.
맛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 혀는 이미 원조의 그 깊고 풍부한 맛을 알아버린 뒤라,
다른 걸 먹을 때마다 혼자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얘가 아니야…’
그 후로도 나는 수없이 많은 에그타르트를 먹었다.
한국에서도, 여행지에서도.
하지만 그 집의 에그타르트와 같은 감동을 주는 건 없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어쩌면 인생도 그렇다고.
예상치 못한 순간, 준비되지 않은 마음에 한 입 들어오는 감동이 있다.
그리고 그걸 알아버린 이후에는, 비슷한 걸 먹어도 늘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빵집 진열대에서 에그타르트를 바라볼 때마다, 살짝 웃는다.
그리고 빵을 들고 나와 한 입 베어 물면,
여전히 그날의 에그타르트가 내 입안에 스르르 번진다.
‘아휴, 참. 그 집은 도대체 뭘 넣은 거야… 성수라도 섞었나?’
그렇게 오늘도 나는 한 입 베어 물고, 입안 가득 번진 그 ‘거의 비슷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맛’을 곱씹으며
슬쩍, 웃는다.
그리고 속으로 한 마디 더 보탠다.
'… 그래, 맛있네. 근데… 그 집은 진짜 좀, 미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