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나는 이렇게 살기로 했다

더 잘 살기보다, 오래 살 수 있는 방식으로

by 온빛

한동안 나는 '회복 중'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아프지 않기 위해 조심했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속도를 줄였다. 그 시간이 필요했던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다. 허리는 괜찮아졌고, 마음도 어느 정도 정리됐다. 그래서 2026년의 나는 더 이상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움직여도 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무작정 달릴 생각은 없다.


2026년을 앞두고 내가 세운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더 잘 살겠다는 목표보다, 무너지지 않는 방식으로 계속 살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얼마 전, 밤 09시가 넘어서까지 일을 하다가 문득 멈췄다. 예전의 나라면 "조금만 더"를 외치며 끝까지 밀어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그냥 컴퓨터를 껐다. 내일 아침에 하면 되는 일이었고, 오늘 밤의 나는 이미 충분히 했다.


그게 2026년을 사는 방식이다.


-일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일 때문에 생활의 리듬이 깨지지 않게 살고 싶다.

항상 100%로 달리는 사람보다는, 70%의 힘으로도 오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바쁠 때는 잠깐 더 쓰되,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


월요일 아침이 두렵지 않은 삶. 그 정도면 충분하다.


-몸

몸은 더 이상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다. 내 삶의 기본값이다.

운동은 성취가 아니라 컨디션을 확인하는 방법이고, 하루를 마칠 때 "오늘 몸 괜찮다"라고 느껴지면 그걸로 충분하다.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일찍 눕는다. 몸이 말을 걸면 대답해 주는 것. 그게 전부다.


-관계

누군가 없어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졌고, 혼자 걷는 길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누군가와 함께 인생의 길을 걸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끝내 혼자 걷게 되더라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난주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했다. 이 시간이 외롭지 않다고. 그 순간 알았다. 내가 정말 괜찮아졌다는 걸.


-사람

많이 맺기보다는 오래갈 수 있는 쪽을 택하고, 정 때문에 내 역할을 대신하지 않기로 했다.

말이 줄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나를 과하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를 곁에 두고 싶다.


최근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물었다. "요즘 어때?" 나는 "그냥 괜찮아"라고 답했다. 친구는 더 묻지 않았고, 나도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걸로 충분했다. 편한 관계란 그런 거다.


-혼자

혼자 사는 시간도 계속 가져가려 한다.

혼자 여행하고, 혼자 결정하고, 혼자 회복하는 시간은 이미 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이 시간만큼은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글

글쓰기는 여전히 내 곁에 남겨둔다.

잘 쓰려고 애쓰지 않고, 의미를 만들려고도 하지 않는다. 생각이 복잡해질 때, 비교가 시작될 때 가장 먼저 꺼내는 정리 도구로만 두기로 했다.


-소비

줄이기보다는 이유를 아는 소비를 하려 한다.

허전함을 메우기 위한 보상인지, 내 리듬을 지키기 위한 돌봄인지 스스로 알고 쓰는 것. 쓰고 나서 마음이 편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어제 조금 비싼 차를 샀다. 예전 같았으면 "이거 사도 되나" 하고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의 나는 그냥 샀다. 이 차를 마시는 시간이 내 하루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든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정도 이유면 충분하다.


2026년을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다.

이 선택이 내 일상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가.


일이든, 사람이든, 관계든, 소비든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괜찮다.


2026년의 목표는 더 잘 사는 것도, 더 커지는 것도 아니다.

흔들리지 않는 상태로 계속 살아가는 것.


사람도 들어오고, 관계도 쌓이고, 행복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겠지. 아니어도 괜찮고.


어쨌든 나는, 계속 살아갈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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