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숙의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그래, 산이라면 넘고 강이라면 건너자. 언젠가 끝이 보이겠지."
늘 발을 동동 구르며 살았던 지난날, 힘들 때마다 외웠던 구상의 시 <꽃자리>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이 가시밭길 어어도 어느 날 돌이켜보면 꽃길 같겠지.'
무리하게 고가의 옷을 사고 최첨단 유행만을 좇아가고 철 따라 나오는 신상만을 걸치면서 자랑스럽게 활보하는 이들을 보면 안쓰럽다.
젊어 보이는 건 좋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젊은이들 옷차림을 흉내 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면 불편하다.
나는 건강한 차림새가 좋다.
브랜드 로고가 크게 드러나는 옷차림이 아니라 취향, 안목, 교양이 드러나는 옷차림이 좋다.
누군가의 눈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 스며드는 옷차림이 좋다.
이것이 사람들이 그렇게도 궁금해하는 '옷 잘 입는'기준이 아닐까.
-장명숙의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중에서-
친구에게 선물 받아 읽게 된 책이다. "장명숙" 그녀는 52년생으로 한국전쟁 중 태어나 현재 일흔 살이 넘었다. 그녀는 적잖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즐기며 설레하기까지 한다.
저녁에 몸을 누이며 오늘을 잘 살았는지 되돌아보고 내일을 기대한다는 그녀의 책 속에는 삶의 성실함이 녹아 있다. 그녀는 햇살 같은 사람이다. 밝고 열정적이고 빛이 난다.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온 전직 패션 디자이너이지만 그녀는 명품이 아닌 수수하고 심플한 옷을 선호한다.
그녀의 삶과 생각들은 흐르는 샘물 같다. 그녀는 찬란하게 나이 들어가고 있다.
막연히 생각하기를... 나이가 들면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살아야 할 것 같았다. 몸도 정신도 쇄해 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물론 작가는 죽을 때까지 글을 쓸 수 있다기에 죽을 때까지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시들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이 책을 통해 그녀를 만나고 나 또한 시들한 노년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고 그렇게 살기를 다짐했다. 나이 드는 것이 두렵지 않아 졌다. 샘솟는 열정을 나이로 인해 방 한구석에 던져두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할 수 있었다.
그녀처럼 시들지 않는 열정을 즐기며 도전하며 베풀고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 걸어온 길보다 더 갈길이 먼 아이들과 젊은 이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
찬란하게 나이 들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