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이뻔소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번 에세이는 오래전부터 예고했던 똥수 이야기이다. 화장실과 친분이 돈독한 남편 똥수는 유쾌하지만 얼굴이 두꺼운 남자다.
너무도 다른 우리 부부는 불같이 싸웠고 이혼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지적질에 상대가 고치기만을 바라며 18년 동안 조금 보태면 천 번은 싸웠다. 이혼 서류에 도장도 찍고 합의도 했으니 가정법원 마당을 밟는 일은 시간문제였다.
그런 우리가 어떻게 '소중한 너'라는 말을 쓸 수 있게 되었을까?
소중하다는 말은 내가 그에게, 그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이제서 우리는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음... 엄밀히 말하자면 남편은 깨닫는 중이고 나는 이미 격하게 실천 중이다.
주말에 자전거 90km를 타고 온 남편이 저녁 식탁에서 고기를 씹으며 말했다.
"내가 아까 자전거를 타는데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하고 갑자기 생각이 드는 거야! 분명히 누군가 한 명은 참고 산 것 같은데... '그게 난가?'하고 생각해 보니까 5초도 안 돼서 '아니!'라는 말이 나오더라고!! 응... 나는 아니구나! 그래서 '자기한테 많이 고맙다'는 생각을 했지!!"
남편은 깨달음에 심취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구~ 자전거 타면서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하셨구나! 그렇지?? 네가 참은 건 아닌 거 같지?"
남편은 아이처럼 해맑게 고개를 끄덕했다.
"어!! 진짜 5초도 안 돼서 '아니!'라는 말이 나오더라니깐!"
"그래...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네! 잘했으니까 많이 드세요~"
남편은 50에 접어들며 늙어감과 동시에 변해가고 있다. 혈기는 시들해지고 뻣뻣하고 떫기만 하던 생각도 말랑하고 달달하게 익어가는 중이다. 마른 고목나무 같았던 이 남자의 가지에 새 순이 돋고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글을 계획할 때는 남편을 고발하고 싶었다. 못나고 못된 놈, 무식한 놈,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놈을 낱낱이 까발리고 싶었다. 브런치에서 단연 화제가 되는 이야기는 이혼 이야기 아닌가. 그만큼 불화는 어디에나 있는 슬픈 현실이다.
남편 욕은 하고 싶은데 이혼을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글의 방향을 잡기 위한 오랜 고민의 시간이 흘렀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어떻게 써야 되나...
내 이야기지만 당신의 이야기, 모두의 이야기 이기지만 결코 평범하지는 않은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최대한 재미나게 풀어 보려고 한다.
슬픔이라고는 말라비틀어진 쥐똥만큼도 없는 이야기!
울화가 치밀다가도 사르르 녹아버릴 이야기!
부부의 맛깔스러운 대화로 함께 웃을 수 있는 이야기!
오글거리다가 따뜻하게 녹아버릴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onbyeori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