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별"이 새로 쓰여 "엄마 없는 밤"이 되었습니다.
바다별은 지우려다 그냥 둡니다. 좀 더 다듬어진 글을 보고 싶으시면 브런치북 "엄마 없는 밤"을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브런치북] 엄마 없는 밤 (brunch.co.kr)
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자전적인 에세이 이기도 합니다. 처음 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힘들고 아파서 소설로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소설의 매력에 빠지게 되네요. 소설의 형태를 빌어 약간의 조미료가 들어갔을 뿐 실화이고 제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명과 인물의 이름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장례식
은주는 영식의 시신을 보지 못했다. 은주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염을 마치고 관에 뉘인 상태였다. 병풍 뒤로 나무 관만 보일 뿐 영식을 볼 길은 없었다. 사람들은 참 부지런도 하지 아침 일찍 도착했는데도 은주네 집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같이 병원으로 갔던 사람들이나 영식의 주변 친구들과 친척들은 아마도 새벽부터 장례 준비를 한 듯 싶었다.
안방은 진하고 기분 나쁜 향 냄새로 가득했다. 향 냄새는 즐겁지 않은 기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조문 온 사람보다 장례를 도와주려고 온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은주는 남의 집에 온듯한 어색함을 느꼈다. 저마다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어느 집에서 잔치를 하거나 상을 치르면 맡겨진 역할이라도 있는 듯 누구의 지시 없이도 능숙하게 움직였고 순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초상집은 잘도 굴러가고 있었다.
순자는 이미 울다 지쳐 실신했고 아이들이나 장례절차를 신경 쓸 정신조차 없어 보였다. 은주의 큰아버지들은 돌아가면서 상주 자리를 지켰다. 살아 있을 때 그리 냉정하던 친척들은 그래도 가는 길까지 차갑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은경과 은주에게 연락한 것도 그들이었고, 모든 장례절차와 마을에서 사람들을 불러 움직이게 한 것도, 장례식 내내 아이들을 챙긴 것도 영식을 그렇게 미워했던 그들이었다. 그래도 영 남은 아닌 모양이다.
민철이는 싸늘하게 죽어 돌아온 영식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장례가 끝날 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사촌 승철이네 집에서 지냈다. 민철이는 열 살이었다. 민철이는 충격으로 그즈음의 일들을 모두 머리에서 지워버린 듯 유독 그때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부엌에서 일을 도와주던 아주머니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이 빠져 죽어서 깨끗허게 죽었다구 혔드만..."
"암말 말어야 된당 깨~ 깨끗허게 죽었다구 혀 싸니깨 여기저기 구멍서 진물이 줄줄 흘러나오잖여~"
"그렁깨~ 깨끗허게 죽었다구 말허믄 안된다잖여~"
"이... 그른가 벼."
실온에 방치된 시신이 생각보다 빨리 부패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염을 빨리 한 듯 싶었다. 어릴 적부터 익숙한 그들의 말투였지만 은주는 섬사람들의 거칠고 드센 말투나 마음 씀씀이에 매번 두드러기가 돋을 듯 도통 적응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은주는 그들의 것을 흡수하지 않고 결이 다르게 자란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그들과 같이 표현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은주는 겉은 새까맣데 탄 섬 촌년이었지만 속은 여느 촌년과 같지 않았다. 그들의 사고방식이 싫었고 말투도 싫어 사투리조차 쓰지 않으려고 애썼다. 물론 먹고살기 바빠 서로 존중하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인 배경도 있었을 테지만 남의 일이라고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말해 버리는 그들의 말버릇이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상처를 남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공감능력 제로에 감수성이라고는 말라비틀어져 무 말랭이라도 무쳐 먹어야 할 판이었다.
종일 곡소리가 귀에 맴맴거렸다. 이틀 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한 순자의 울음소리였다.
은주도 이틀 동안 어떻게 잤는지 무엇을 먹고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나 상여가 나가던 날 아침은 모든 것들이 눈앞에 또렷하고 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