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설 - 바다 별

by 온벼리

"바다 별"이 새로 쓰여 "엄마 없는 밤"이 되었습니다.

바다별은 지우려다 그냥 둡니다. 좀 더 다듬어진 글을 보고 싶으시면 브런치북 "엄마 없는 밤"을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브런치북] 엄마 없는 밤 (brunch.co.kr)


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자전적인 에세이 이기도 합니다. 처음 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힘들고 아파서 소설로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소설의 매력에 빠지게 되네요. 소설의 형태를 빌어 약간의 조미료가 들어갔을 뿐 실화이고 제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명과 인물의 이름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순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엄마!"

"저녁 먹었니?"

"응 이제 먹으려고 밥하고 있지! 엄마는 저녁 드셨어요?"

"아까 점심 겸 저녁 먹었다. 별일 읎니?"

"어! 별일 없지... 엄마! 나 글 다 썼네!"

"어이구! 글 다 썼니? 급허게 쓰느라 고생 혔다!"


은주가 요즘 글을 쓴다는 것을 순자도 알고 있었다. 은주는 출간 작가가 되겠다고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쓰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은 순자에게 전화해 짧게 물어보기도 했다. 순자는 글을 쓰겠다는 은주가 대견했고 자신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는 것도 흐뭇하고 기분이 좋았다. 바다의 물때가 조금 일 때는 고기가 많이 잡히지 않아 가게 일로 바쁘지 않았던 순자는 일부러 전화해서 은주가 묻지 않은 것까지 말해주고 싶어 했다.


"가계 불난 거 알구 있니?"

"응? 엄마 가계?"

"그려. 며칠 전이 불났어. 어떤 눔이 우리 가계다 불 질렀어."

"일부러 불을 질렀다고? 누가? 왜?"

"이... 시장이 자주 오는 눔 인디... 그눔이... 우리 가계 앞이다 자꾸 오토바이 시동을 켜놓구 가길래 민철이가 시동 즘 끄라고 혔드만 들은 체두 않는겨. 민철이가 참다 뭇혀서 오토바이 시동을 껐지! 그렸더니 그 미친 눔이 지 오토바이 건드렸다구 가만히 안 둔다구... 두고 보자구 그러믄서 가드라. 그러구 그날 새벽이 그 미친 눔이 가계다 불을 질렀어."

"와! 뭐 그런 돌아이가 다 있어? 사람은 안 다쳤지! 가계 많이 탔어?"

"이... 많이는 안 탔어. 사람두 안 다치구. 그눔이 지가 불 질러 놓구 지가 또 119다 신고 혔어!"

"자기가 불 지르고 자기가 신고했다고?"

"이! 승질난다구 휘발유 뿌리구 불 질렀는디. 막 불이 옮겨 붙으니깨 겁이 났나 벼! 지가 119 신고 혀 놓구 도망갔댜."

"근데 그 사람이 불 지른 거 어떻게 알았데?"

"경찰이 왔는디 휘발유를 뿌렸응깨 방환 줄 알지! 그렁깨 목격자를 찾았을 거 아니냐. 그려서 신고헌 사람헌티 전화를 했는디 전화를 계속 안 받드랴. 경찰이 이상허게 생각혀서 위치추적을 혀 봉깨. 새벽 인디 계속 돌아다니드랴! 불릴러 놓구 불안 혔나벼! 전화두 안 받으니깨 의심받은 거지!! 그려서 경찰이 집 앞이 기다렸다가 잡았댜."

"자기가 그랬다고 말했데?"

"이... 지가 혔다구 혔댜! 승질 나서 휘발유 뿌리구 불 질렀다구 혔댜."

"어휴... 시장이라 사람은 없어도 방화는 죄가 무거울 텐데!"

"여기 시장이 사람두 살어!"

"사람도 살아?"

"그려. 사람 사는 시장 인디 휘발유꺼정 뿌렸응깨 방화에 살인혐의까지 가중처벌받을 거랴. 지금 구치소 들어 가있어. 물어줄 돈두 읎다는디 어떻게 허냐 집어 넣으야지."

"합의해도 형사처벌은 받겠지 방화인데."

"합의구 뭐구 읎어. 쥐뿔두 없는 눔이여. 몸으루 때운댜."

"어휴... 가계는 어떤데?"

"이... 밖이 샤시가... 좀 타구. 안이 냉장고가 뭇쓰게 돼서 끄집어낼라구. 그려두 물건들은 냉장고 안이 있어서 하나두 안 탔지. 화재보험 들어둔 거 있어서 보상은 조금 나오는 거 같드라."

"그래도 금방 꺼서 다행이네... 저번에 불났을 때는 홀랑 다 탔는데..."

"그려... 이만허기 다행이지."

"그럼 엄마. 한 동안 장사 못하겠네?"

"이... 조금 때라서 바쁠 때는 아닌디. 가계가 이모냥이니... 청소 허구 수리 헐라믄 일주일은 걸린댜. 민철이가 나가서 고치구 있지. 엄마는 일주일 쉴라구 그런다. 토요일이는 동창회 가기루 혔다."

"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겠네? 엄마 국민학교 동창들 만난다고?"

"그려. 엄마가 동창이 국민학교 밖에 더 있냐."

"어디서 만나는데?"

"대천이서 만나서 안면도 섬이두 들어갔다가 자구 올라구 그런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좋겠네... 엄마! 그럼 시간 난 김에 글 쓰는 거 인터뷰 좀 해도 돼요?"

"인터뷰? 먼 인터뷰? 아직 다 안 썼어?"

"어! 글 다 쓰긴 했는데... 엄마 얘기가 너무 적은 거 같아! 엄마가 이야기 좀 해 주면 더 써보려고. 오래 걸릴 텐데 시간 되나?"

"그려... 우리 딸이 헌다는디 엄마가 얘기 혀 줘야지!"

"그럼 엄마. 언제 시간 나요?"

"내일 아침이... 9시쯤 전화 헐래?"

"알았어요. 아침 먹고 전화할게요!"

"그려!"


은주가 갑자기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순자는 그냥 그러다 말겠지 했었다. 은주는 자기가 잘하던 디자인은 내버려 두고 자꾸 뭔가를 해보겠다고 이것도 했다가 저것도 했다가 시도는 하는 것 같은데 잘 안 되는 거 같아서 안타까웠다. 은주는 큰아이가 아프고부터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시간이 나질 않으니 뭔가를 해 보려고 해도 마음대로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엔 진짜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다 썼다니 기특하기도 하고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그거 뭐 베스트 되믄 돈 많이 번다구 그러던디?"

"어휴~ 엄마!! 작가 되기도 힘든데... 베스트 작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순자는 은주가 돈을 많이 벌 수도 있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잠깐 기대에 부풀기도 했다.

"돈 많이 벌믄 뭐 헐라구 그러니?"

"음... 글쎄... 벌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돈 벌면... 집을 사야지... 그리고... 엄마한테 효도해야지!!"

"니가 엄마 헌티 효도 헐라구 그러니? 효도를 어떻게 헐라구?"

"돈 많이 벌면... 엄마 집도 지어드리고 엄마 고생 안 하게 돈 많이 드릴라고요."

"니가 엄마 집 지어 줄라구 생각혔니? 그려... 딸내미가 최고다."

"엄마...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한 십 년 걸릴 수 도 있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서 효도할 테니까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다 늙어서 뭘 오래 살겄니... 몸뚱이두 멀쩡 허지두 않은디... 너 허구 싶은 거나 열심히 혀라! 너는 잘 헐 수 있을 겨!"


순자가 시간이 나는 동안 은주는 자주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으며 녹음을 했고 은주는 길고 긴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가 모르던 또 다른 시간 속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엄마... 엄마 어릴 적에는 어떻게 지냈어요? 아주 어릴 적부터. 기억나는 것 말해 주세요."

"이... 엄마 어릴 적이는... 이... 아주 가난혔지... 쌀밥 먹기두 힘들어서 보리밥 먹구 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