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 이면
어떤 사람들은 빠르게 바뀌는 유행을 물소떼처럼 따르고 있다. 한편으로는 유행이고 뭐고, 본인만의 길을 가는 사람도 있다. 둘 다 틀렸다고 말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맹목적인 유행 지향은 지양하고 있다. 내 취향과 주관이 갈수록 더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에, 그저 맹목적으로 따를 이유보다는 따르지 않을 이유만 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무지성으로 유행을 따르는 것을 지양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따르기에는 이런저런 리스크가 있어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금전적 리스크다. 흔히 생각하기로는 최근 명품 유행 흐름따라 큰 돈을 소비하는게 예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소비수준이 된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기도 해서 별로 적절치 못하다. 내 돈 내가 쓰겠다는데 어쩌라고? 너무나 존중한다. 개인적으로 ‘좋은 패션제품을 가졌을 때 오는 행복감과 만족감’ 을 높게 평가하다보니, 명품소비를 단순 사치로 치부하는 이 사회에 반감이 있어서 내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금전적 리스크가 뭐냐면, ‘나와 맞지 않는 걸 유행이라고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행위’ 에서 오는 돈, 시간낭비를 말한다. 시간도 돈이니까.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인데 유행이라고 따를 필요 없다. 작은 흥미로 도전은 가능하겠지, 근데 굳이 내가 좋아하거나 흥미가 없는 걸 ‘저게 유행이구나. 뒤처지지 않으려면 나도 해야겠다.’ 할 필요는 없는거다. 패션에서 다시 예를 들어보자면, 본인 체형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제품이 유행하게 되었을 때가 있겠다. 단점이 보이던 말던 나는 저게 예뻐보이고 좋다, 그럼 흥미로 한번 사 볼수도 있겠지. 근데 본인 체형의 단점 가리는 게 중요한 사람인데도 유행이니까 분별 없이 그걸 사는 것, 그걸 입고 다니면서 내가 유행에 뒤처지지 않았다는 만족감보다는 체형 단점 드러나는게 더 싫을 때, 나는 그런 걸 돈낭비라고 생각한다.
공허함도 따라올 거다. 분명 내가 산 옷인데 내 옷 같지 않은 그런 느낌. 돈을 버린듯한 허무함. 물론 쇼핑에는 항상 리스크가 있다. 구입한 옷이 매번 성공한다면 베스트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 있으니까. 온라인이 심하긴 하지만, 오프라인도 리스크는 배제할 수 없다. 피팅룸에서 착용했을 때 그럭저럭 괜찮아보여도, 같이 매치할 옷이 마땅치 않다거나 입고 활동해보니 생각보다 불편하다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그치만 문제가 발생하기 전, 한번만 더 생각해본다면 좋겠다. 옷을 살 때로 친다면 이 옷이 나한테 어울리는게 중요한 사람인지, 어울리는 여부를 떠나 옷이 주는 만족감이 더 우선인 사람인지 등등, 고려해보고 행동하자.
또 다른 리스크는 ‘유행이 취향’이 되어버린다는 것. 아니, ‘유행이 취향’이 되는게 나쁜 건 아니지만, 분명히 살면서 본인만의 것을 찾아야 할 시기가 올 거다. 타인에게 나를 소개할 때라던가, 혹은 퍼스널브랜딩을 기획할 수도 있다. 취업시장, 수 많은 경쟁자 속 나를 차별화할 나만의 포인트를 찾아야 할 수도 있다. 공허함은 바로 이럴 때 찾아온다. 휩쓸리는대로 따르고 살았는데, 나를 모르겠을 때.
이런 경험 있을 거다. 남들은 좋지만 나는 별로였던 것.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믿고 따랐는데, 내겐 맞지 않는 것.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소개하며 강조했던 장점이 내게는 단점으로 다가온 것. 이렇게 내가 보기에 분명히 나랑 맞지도 않고 별로인데, 좋다고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걸 보면 이걸 별로라고 느끼는 내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경험, 내가 유행에서 뒤처지는 것 같아서 서글퍼지는 경험. 충분히 있을법한 상황이다.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 당신이 보내는 그 신호가 맞다, 그저 당신 취향에 안 맞는 거다.
또는, 당신처럼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그저 주변사람이라는, 내 인스타 피드라는, 유튜브 구독리스트라는 개인화된 알고리즘이 당신을 속이는 것일수도 있다. 요즘시대에 쏟아지는 정보가 많다보니 모든 정보가 내 피드에 뜰 순 없다. 가끔은 과감히 알고리즘을 깰 줄도 알아야 한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리스크는 ‘사고의 부재’다. 제발, 입수한 정보를 검증하고, 한번 더 생각해보자. 유행이 당신에게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들어오는 정보에 대한 분별 없이 그저 따라가는 것,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질 수 있다. 단순히 뱁새와 황새의 우열을 떠나, 너는 너다. 뱁새는 뱁새고, 황새는 황새다. 당신만의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