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 봐서 미쳐라
반면에 본인만의 사고에 갇혀있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 뭐든 극단적인게 문제다. 그래, 취향은 분명 중요하지만, 가끔은 유행따라 이리저리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것도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유행이니까 한번 해 볼까?'
일단 ‘유행’이라는 타이틀이 있으면, 새로운 것을 체험해 볼 좋은 명분이 된다. 또는 평소 궁금했던 분야에 도전하기 쉬워진다. 관련 시장도 활성화되다보니 제품 구하기도 편해진다. 유행은 시장도 바꾼다. 예를 들면, 최근 테니스가 유행하게 되면서 테니스 의류를 파는 브랜드가 늘었다. 유통가에서는 테니스 관련 팝업공간을 기획하고, 코인테니스장도 생기고 있다. 시장 활성화로 유행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사람들이 유입되고, 유행이 길어지며 하나의 큰 흐름, 트렌드가 되며 성숙한다.
여러 유행을 체험하다보면, 경험의 폭이 넓어진다. 평생 관심도 없던 분야지만, 유행이니까 한번 해 볼까? 하고 시도했다가 뜻밖에 나와 아주 잘 맞는 분야를 발견할 수도 있다. 최근 유행했던 스포츠, 골프 이야기를 해보자.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재 스포츠로 분류되던 골프지만 이젠 영앤리치의 힙한 스포츠로 부상했다. 그저 허세용으로, 인스타그램 업로드용 사진을 찍으러 필드에 나가는 사람도 많다보니 부정적 면도 있지만, 유행이라 호기심으로 골프에 도전했다가 인생 스포츠를 발견한 사람들도 분명 있다. 골프가 아재스포츠로 묻혀 유행하지 않았다면 호기심이 생기지도, 도전하지도 않았을 테니 인생스포츠를 발견할 일도 없었을 거다. 즉, 유행을 따르다가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뭐든 해봐야 안다.
무지성으로, 맹목적으로 유행을 쫓고 따라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걸 취사선택해서 즐기는 건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 무작정 골프가 유행이라고 온갖 장비를 다 사고 필드부터 나가서 파산하지 말고, 가볍게 스크린골프부터 시작할 수도 있는 거다. 테니스가 유행이라고 무조건 모든 장비를 갖출 게 아니라, 코인테니스장부터 가볼 수도 있다. 하루의 체험이 재밌으면 이틀이 되고, 또 다른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유행이 아니었으면 시작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새로운 게 내 삶에 들어오고, 경험의 폭이 늘어난다.
만약 당신이 아주 어리다면, 가능한 모든 유행을 다 따라보는 것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모든걸 경험해 본 뒤에야 비로소 나와 맞는 것, 맞지 않는 것을 분별할 수 있을 테니. 대신, 적당한 사리분별은 필요하다. 침착맨 아저씨가 옛날 이말년시절 인터뷰에서 말했다. 견적 봐서 미치라고.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지는 법이다. 시도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하고, 무리하지 말자. 취향과 견문을 넓히기 위한 투자는 좋지만, 먹고사니즘은 분명 챙겨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