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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리 Oct 30. 2022

내가 유행을 대하는 방법

취향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어릴때부터 유행에 민감했다. 중학생때부터 패션잡지를 챙겨보고, 번화가를 쏘다니며 트렌드를 캐치하고 그 흐름 보는 걸 즐기다보니 이젠 트렌드로 먹고 살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의 온갖 신기한 게 가장 먼저 생기는 서울의 중심지에서 자랐다보니 내가 유행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것 같다. 도산공원이나 코엑스, 강남역 이런 곳들이 멀지 않다보니 번화가에서 노는 거, 새로 나온 옷을 구경하는 게 자연스러웠으니까. 마치 조기교육 같은 거다. 어릴때부터 보고 듣는 게 있으니, 예체능 하는 부모님 밑에 예체능 하는 자식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환경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예쁜 걸 좋아하고, 호기심 많고 어그로가 쉽게 끌리는 성향이라 온갖 유행을 흡수하는 데 유리하기도 했다.


사실, 새로운 걸 경험하는데는 유행만큼 좋은 명분이 없다. 유행이니까 한번 해 볼까? 하고 가볍게 시도해 볼 수 있으니까. 예를 들면, 어릴때부터 유행하는 SNS는 다 해봤다. 버디버디,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 SNS는 돈이 들지 않으니까, 가장 따라하기 쉬운 유행이었다. 패션에서는 한때 유행하던 루피망고 모자도 사서 써 보고, 테니스 스커트도 하나 사서 입어보고, 이렇게 하나 하나 체험해보면서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걸러내며 스타일을 정리해나갔다. 지금은 어떤 분야든 내 취향을 편하게 말할 수 있다. 앞서 패션을 예로 들었으니 패션취향을 얘기하자면 무채색보다는 색감 있는 옷을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앤아더스토리즈다.


이렇게 어느 분야든 뚜렷한 취향을 갖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오만 곳에 돈도 써보고, 새로운 걸 체험하는데 시간도 써 보고, 시간내서 발품팔고 서치를 했다. 일단 온갖 유행에 어그로가 잘 끌리다보니, 처음부터 무지성으로 모든 걸 따라해보기엔 절대적으로 시간과 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더, 남들과 상관없이 내가 느끼기에 흥미로운것 중심으로 돈이든 시간이든 열심히 투자했다. 예를 들면 중학교 때는 라디오 듣는 걸 좋아했는데, 시간을 들여 온갖 채널을 다 들어봤다. 친구들이 많이 듣는 채널도 따라 들어보고, 같은 시간대라도 다른 방송사가 더 재미있으면 거길 듣기도 했다. 그렇게 프로그램을 고르다보니 이 프로그램은 선곡이 좋다거나, 디제이의 입담이 좋다거나, 좋아하는 것에 대한 나름의 이유가 생기면서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그렇다보니 나중에는 유행과 상관없이, 남들의 의견과 무관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점점 쌓였다. 10대 시절에는 음악이 거의 내 전부였다. 한 아이돌그룹의 팬이었고 동시에 인디밴드 음악에 미쳐있었다. 용돈 모아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사고, 때로는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었다. 중학생 때는 친구와 아이돌 팬미팅을, 고등학생 때는 혼자 락페스티벌을 갔다. 아이돌그룹 인터뷰가 실린 패션잡지를 보다가 나중에는 패션에 푹 빠지기도 했다. 원체 시험이 끝나면 번화가를 쏘다니며 새 옷 구경하기 바빴다보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고, 결국 패션을 전공하게 됐다. 취향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진로까지 찾아버린 거다.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만의 기준이 생기고, 그렇게 생긴 기준은 삶을 살아가는 데 나만의 주관이 돼 준다. 앞서 말했듯, 뚜렷한 취향을 갖게 되며 생긴 기준으로 본인에게 맞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취향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많은 걸 경험해봐야 한다. 유행을 소비해보는 것, 다양한 경험을 위한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나는 유행이 본업이지만, 이제 모든 유행을 따르진 않는다. 그동안 수많은 유행을 소비하면서 얻은 단단해진 취향과 안목으로, 오히려 유행과 나를 분리하게 되어서다. 특히 패션에서 다양한 유행이 있지만, 이 중 내게 맞는 걸 골라 즐긴다. 내가 소비하고 싶은 유행만 취하는 거다.


이런 태도는 곧 내 삶의 태도와도 일치한다. 살면서 온갖 좋은얘기 나쁜얘기 도움되는얘기 그렇지 않은 얘기를 다 흡수한 뒤 취할것만 취하고 산다. 내게 필요한 것만 내 것으로 만든다. 취향을 찾으며 다져진 주관으로,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걸 골라내서.


쏟아지는 정보들과 밀려오는 유행에 대한 본인의 주관은 결국 본인의 취향에서 나온다. 열심히 사고하고, 본인만의 기준점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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