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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e a week Feb 06. 2017

수지라는 사람, 서현이라는 가수

서현 vs 수지 솔로 앨범

1주일 차이를 두고 수지소녀시대 서현의 앨범이 나왔다. 왜 수지는 수지이고, 서현은 소녀시대의 서현인가. 비슷한 나이대의 굵직한 아이돌 그룹에서 각기 솔로 앨범이 나왔기에 많은 비교가 되었지만, 이 둘의 도전과제는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수지는 수지라는 캐릭터를 넘어서는 것서현은 소녀시대가 아닌 가수 서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청순가련 첫사랑, 혹은 상큼한 인간 비타민 수지     

미디어가 수지를 소비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영화<건축학개론>의 청순한 첫사랑 수지 혹은 비타500 CF처럼 상큼한 인간 비타민의 수지. 하지만 그녀가 속했던 그룹 MISS A는 수지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섹시한 그룹이었고, 수지 역시 종종 인스타그램에 그녀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섹시한 걸즈힙합 안무 연습 영상을 올리곤했다. 그리고 이번 <Yes? No?> 앨범은 작정한 듯 대중이 원하는 수지의 모습이 아닌 수지가 그려내고 싶은 수지의 모습을 그려냈다. 

선공개 곡이었던 <행복한 척>은 늘 밝기만 했던 그녀의 감추어져있던 부담감과 슬픔이 녹아져있고, 타이틀곡인 <Yes No Maybe>는 사랑과 증오가 섞인 애증관계인 연인과의 갈등과 고민이 들어있다. 그리고 앨범 전반을 채우고있는 다른 트랙들 역시 사랑에 대한 스물넷 수지의 고민과 아픔들이 고스란이 들어있는 듯하다. 그녀가 직접 작사한 곡 <난로마냥>은 딱 이십대의 사랑에 맞는 고민이, 박진영과 술을 마시는 도중 나왔다는 <Yes No Maybe>는 보호막(?) 떼고 사랑에 올인했을 모습이 가사에 녹아져있다. ‘수지’라는 사람이 사실은 이런 사람이다! 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수지의 색을 담고자 한 앨범이었다.     


국내 최고 걸그룹 소녀시대의 막내 서현     

9명(8명) → 3명  1명. 서현은 소녀시대 9명(8명) 중 1명으로 바람직한 막내 이미지를 보여주며 서브 보컬의 역할을 해왔고, 태티서 활동에서는 그녀의 안정적인 보컬을 보여주었으며, 그리고 이젠 혼자서 무대를 채워냈다. 소녀시대는 풋풋한 소녀, 발랄한 소녀 등 소녀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섹시함, 보이쉬함까지 10년간 정말 다채로운 무대를 보여왔다. 그렇기에 서현이 소녀시대라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걸그룹을 넘어서 그녀만의 무언가를 보여주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그간 뮤지컬 등을 통해 갈고 닦아온 그녀의 안정적인 보컬과 평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공주’같은 이미지에 섹시와 세련을 섞은 시도는 제법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안무와 노래가 쉴틈없이 이어지는 <Don’t say No>를 음악방송에서 지속적으로 라이브로 소화해낸 것은 그녀가 가수로서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아가 앨범 전반의 작사에 참여하며 소녀시대 딱지를 떼고 ‘가수 서현’으로 발돋움 하고자 한 앨범이었다.   

  

다른 도전과제, 다른 해결방식    

이번 앨범으로 수지와 서현이 도전하고자 한 과제가 달랐기에 그들이 앨범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방식도 달랐다. 수지는 최대한 그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자 했다. 음악방송 무대 활동은 아예 없었으며, 대신 <오프더레코드, 수지>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택했다. 그것도 TV로는 볼 수 없고 오로지 인터넷으로만 볼 수 있는. 

술을 마시며 연애에 대해 털어놓는 조금은 풀어진 모습, 친구들과 그 나이대에 맞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이 가두어놓았던 ‘수지’라는 틀을 깨면서 그녀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물론 중간중간 샘김과 콜라보를 하는 등 가수로서의 모습도 보여주긴 했지만. 


반면 서현은 꾸준히 음악 방송에 섰다. 가수로서 발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늘어난 실력을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예능인 <복면가왕>을 택했다. 가면으로 소녀시대 서현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안정되고 단단한 보컬을 보여주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이돌(물론 아이돌을 나는 몹시 좋아하지만, 일부 음악성을 폄하하는 방식의 명명)이라는 명칭에서 가수라는 타이틀을 획득해내는 과정이었다.   


여전히 남은 아쉬움과, 나의 선택은?

둘 다 성적은 기대에 비해선 아쉬웠다. 수지는 <행복한 척>으로 초반 음원 1위를 기록했으나, 정작 타이틀곡은 후순위로 밀려났고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않아서인지 화제성이 높지는 못했다. 서현은 음악방송 1위는 했으나 차트에 진입하자마자 바로 쭉쭉-뒤로 밀려나가버렸다. 앨범 성적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아쉬움이 남았다.

      

수지는 여전히 수동적인 모습으로 남아버린 것이 아쉽다. 그녀가 이번 앨범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대중이 규정해버린 자신을 깨기 위함이었을 텐데, 여전히 그녀는 이 앨범에서 수동적인 모습이다. 우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는 박진영 곡의 후퇴한 여성상. <Yes No Maybe>가 애증의 관계를 그려내고, 특히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을 레퍼런스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곡 화자인 수지는 그 관계 속에서 사랑이든 증오이든 결단을 내리기는 커녕 시도조차 하지 못한채 여전히 수동적인 여성으로 남겨져있는 점이 가장 아쉽다. 또한 아무런 곡에 대한 정보없이 앨범을 들었음에도, 그녀가 유일하게 작사에 참여한 <난로 마냥>은 일차원적인 가사의 구성이 턱-하고 귀에 걸릴만큼 아직까지 가수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서현은 여전히 바람직한(?) 모습이 아쉽다. 미끈하게 빠진 곡, 안무, 뮤비이지만 서현의 무대는 재미가 없다. 같은 곡이라도 누가 그 곡을 소화하느냐에 따라 곡의 매력이 상당부분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 서현 특유의 바림직함이 곡의 매력을 상당부분 가려버렸다. 너무 완벽하게 열심히 소화하려는 모습이랄까. 전에 식스틴에서 박진영이 나연에게 너무 완벽해보이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하라고 몇 번씩 지적을 했었는데, 그런 포인트와 유사하다. 특히 앨범 수록곡 중 <Magic>, <Bad Love> 등은 정말 새롭게 들리는데 막상 <Magic>의 무대를 보면 또 들을 때의 파격보다는 덜한 느낌이다. 좀 더 힘을 뺀 서현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발굴해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둘 가운데 개인적인 취향을 꼽자면...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은 건 서현, 자꾸 보게되는 건 수지인 것 같다. 

서현은 누가보아도 열심히 노력했고, 또 무대를 얼마나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은지 그 욕심과 열망 노력이 모두 보이기에 정말 응원해주고 싶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앨범 수록곡 중 <달빛> 이라는 곡이 정말 좋았다. 나중에도 이 앨범의 이 곡은 찾아들을만큼 곡과 서현이 쓴 가사 모두가 좋았다. 하지만 자꾸 끌리는 건 수지였다. 일단 너무 예뻐서 눈이 가고 (원래 사람은 일차원적이다 큭) 최근 왕가위 감독 영화(화양연화, 중경삼림, 해피투게더까지)에 심히 빠져있던터라 다소 직설적인 레퍼런스의 뮤비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곡들이 전반적으로 이지리스닝 하기 좋은 곡들이라서인지, 10번 넘게 듣다보면 금새 질려버리는 것은 아쉽다. 개인적으로 여자 아이돌을 너무나 좋아하고, 특히 그들이 전형성에서 벗어날 때 가장 희열(?!)을 느끼기에, 이 둘의 앨범은 들으며 너무 좋기도, 뿌듯하기도했고 꼭! 리뷰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앞으로 가수로서 기대되는 서현은 매력적인 싱글곡 하나 SM에서 잘 뽑아줘서 좀 더 파격적인 모습으로 보고 싶고, 수지 역시도 연기 말고 가수로서의 모습도 지속적으로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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